[총선풍향계⑤-광주] 진보권 심판 잣대… 오만함 용납 않는다
[총선풍향계⑤-광주] 진보권 심판 잣대… 오만함 용납 않는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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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심장 광주… 민주당 전략공천 등에 뿔나 국민의당 몰표
민주당, 본산 탈환 위해 정치신인 대거 공천… 관건은 '진정성'
김대중평화센터가 지난해 6월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당시 7대 대선 야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에서 이 여사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대중평화센터가 지난해 6월 1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1971년 장충단공원에서 열린 당시 7대 대선 야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선거유세에서 이 여사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광주에선 정당 이름에 '민주'가 들어가지 않으면 당선이 불가능했다. 간혹 무소속 후보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구를 꿰찬 적은 있었지만, 지역 갈등이 본격 심화한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 이후엔 단 한 번도 보수 세력이 석권한 적이 없었던 곳이다. 대구가 보수 텃밭이라면 광주는 진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이변이 생겼다. 광주 내 8개 선거구는 모두 '중도개혁'과 '양당체제 종식'을 표방했던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이다.

◇ 김영삼 열풍에도 김대중 지킨 광주

지난 1992년 12월 11일 부산 초원복집에서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과 김영환 부산직할시장, 이규삼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장 등 부산 지역 기관장이 모였다. 14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때로, 이들은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 감정을 부추기고 김대중 민주당 후보와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유포하자는 대화를 나눈다.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또는 부산기관장대책회의 사건으로 불린다.

이를 계기로 지역감정 대립은 해소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반(反) 전라도 지역감정은 한꺼번에 분출했다. 김영삼 후보는 당시 전국 15개 지역 중 11곳에서 승리했고,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지역과 서울은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다. 서울의 경우 호남 출신과 노동자가 많은 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이 김대중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1.3% 차이로 간신히 앞선 것이었다.

다만 광주는 달랐다. 투표자 67만7753명 중 95.8%에 달하는 65만2337명이 김대중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김영삼 후보를 택한 사람은 2.1%에 불과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정통보수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광주 지역에서 출마한 예비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14대 대통령선거 김대중 후보 선거유세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14대 대통령선거 김대중 후보 선거유세 모습. (사진=연합뉴스)

◇ 재선-중진-원로… 한 번 찍은 인물, 확실히 밀어준다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에선 광주의 개표 결과를 보고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동구남구갑 △동구남구을 △서구갑 △서구을 △북구갑 △북구을 △광산구갑 △광산구을 등 광주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당이 석권했다. 정통진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압승한 것이다.

광주의 특성 중 하나는 인물을 본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 찍은 인물은 계속해서 지지하는 성향이 있다. 광주 광산은 김동철 의원을 내리 네 번이나 의회에 입성시켰다. 4선 박주선 의원은 동구·남구을에서 세 번이나 당선했다. 남구는 장병완 의원을 3선 중진으로 만들었다. 북구갑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내리 세 번이나 국회로 보낸 바 있다. 서구을은 5선 원로인 천정배 의원을 두 번이나 믿어줬다.

이런 특성을 보면,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광주를 잃은 이유는 이곳이 정통진보 지지기반이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사고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략공천 등 다소 오만했던 정당 운영방식이 결국 표심으로 작용했단 평가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평균 득표율 21.41%를 기록했지만, 광주에서만큼은 30%를 넘겼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광주 충장로 무등빌딩 인근 거리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광주 충장로 무등빌딩 인근 거리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터줏대감 꺾고 '본선 티켓' 거머쥔 신인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진보의 본산 광주를 다시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을 단행했다.

광산을은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지역 내 친 문재인 계열 대표주자 민형배 전 청와대 비서관을 누르고 본선행 표를 거머쥐었다. 민 전 비서관은 재선 구청장 출신이기도 했다. 서구을에선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남재 전 전남도지사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꺾었다. 동남갑에선 윤영덕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재선인 최영호 전 남구청장을 눌렀다. 당 공천에 가장 근접했단 평가를 받던 후보가 줄줄이 탈락하고 정치신인이 본선에 진출하는 이변이 속출한 것이다.

총선 승리 관건은 후보자 자질·도덕성 등은 물론 광주 민심을 설득할 진정성이 더해져야 할 전망이다. 광주 민심은 곧 진보 진영 심판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