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 이런 거였나
‘깨끗한 정치’ 이런 거였나
  • 박 영 중 사장
  • 승인 2009.04.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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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사회의식을 가지고 생을 살다가 34세 젊은 나이로 요절한 20세기의 대표적인 영국 여류작가 캐서린 맨스필드가 쓴 ‘가든파티’는 그것이 지닌 순수한 진실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고전으로 남았다.

이작품의 아름다움을 죽음의 그림자가 삶에 보이지 않게 드리워지듯 찬란한 아침 햇빛과 저녁의 어둠이 교차하는 기하학적인 구도가 예측할 수 없는 비극적 삶의 무드와 신비를 투명하게 불러일으키는데 에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순진 무궁한 소녀가 세상을 향해 보이는 인간적 인 연민과 그것을 통해 나타내는 비판적 사회의식이다.

지금 우리는 안 팎이 다른 모순적인 사회구조에서 살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따라 신 빈곤층이 크게 늘어 나고 실직자가 속출하며 가난과 좌절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양극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정치권에서는 민생에 대한 고심하기보다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배신을 목격 하게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 노 진영이 집권시절부터 ‘훈장’처럼 달고 다니던 ‘개혁성’과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었다.

노무현 정권은 한국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권인 것처럼 스스로 포장했었다.

그러나 실체는 그렇지가 않았다.

박연차 사건을 비롯한 각종 부패 스캔들을 통해 대통령의형 측근 부하 후원자 핵심 관료와 방계(傍系)가 감옥에 들어갔거나 법의 소환을 앞두고 있다.

박연차 사건은 부패스캔들의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군부출신인 전두한 노태우 정권이후 전직 대통령이 직접 수상한 자금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처음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안기부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여당에 지원 했다는 ‘안풍(安風)’사건에 연루됐지만 검찰 수사는 받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 회담을 위한 대북 송금 사건에 휘말렸지만 개인 비리는 아니었고 수사의 직접 대상은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인 또는 가족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영부인이 검사 앞에 앉게 되는 것은 한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재임 중의 자금 의혹 때문이다.

‘영부인 의혹’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흔치 않으니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공자(孔子)의 제자들을 보자 고자의 제자 가운데 공멸(孔 蔑)과 복자천(宓子賤)이 벼슬을 하고 있었다.

공자가 두 사람에게 ‘벼슬길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물었다.

공멸은 불평만 늘어놓았다.

‘저는 얻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은 세 가지나 됩니다.

첫째 공무가 너무 번잡해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은 제대로 실천 할 수 없었습니다.

또 봉록(俸綠)이 너무 적어 친척에게 죽 한 그릇도 나누어 주지 못 합니다.

이 때문에 친척과 더욱 멀어 졌 습니다.

다음으로 공사(公事)가 너무 급 하여 남의 조문이나 문병 갈 시간조차 없습니다.

결국 친구들과도 멀어 졌습니다.

그러나 복자천의 대답은 달랐다.

‘저는 잃은 것은 없고 얻는 것이 세 가지나 있습이다.

처음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바를 지금 이행하여 실천하고 있으니 학문이 날로 분명해 집이다.

또 봉록이 비록 죽만 먹기에도 모자라지만 그 죽이나 마 친척에게 나누어줄 수 있으니 이로써 친척과 더욱 가까워 졌습니다.

다음으로 공무가 급하기는 하나 밤에 나도 부지런히 조문과 병문안을 다닐 수 있으니 친구들과 더욱 친해 졌습니다’공직자들이 생각 하는바는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패구조’를 청산 하는 것뿐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깨달은 듯 ‘공무원 윤리강령’과 ‘부패방지법’금품 비리 공무원에게 형사 처벌과 수수금액 5배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 역대 정권이 그야 말로 전력을 기울려 공무원 부패척결에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공직 부패는 오히려 그 수법이 다양해지면서 부패의 확대생산만을 가속했을 뿐이다.

그것은 법과 제도가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은 국민 감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부패의 ‘면역관용’ 때문이다.

제일먼저 개혁이다.

정치가 개혁되지 않으면 ‘정경유착’이 청산되지 않고 아울러 정치권의 비리와 공직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

공직자 비리는 정치권이 먼저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