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19와 '메르스의 기억'
[기자수첩] 코로나19와 '메르스의 기억'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3.05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5월 20일. 한국에서 처음 메르스(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회사원 A는 당시를 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를 보고 있자니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메르스가 국내에 퍼졌을 당시 A는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해 한국에서만 186명이 메르스에 걸렸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개업한 지 반년 정도 된 A의 음식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주변 다른 가게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1년 전 세월호 참사로 직장 내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상황에서 닥쳐온 감염병 공포는 오뉴월 골목상권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 골목에서 수십 년간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나이 지긋한 사장의 입에서도 "이렇게 힘들었을 때가 없었다"는 말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A는 결국 그해 말 가게를 정리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한 번 크게 꺾인 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고,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시작했던 도전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자본이 넉넉지 않았던 자영업자에게 개업 반년 만에 찾아온 혹독한 소비 위축과 경영 악화는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풀려버린 운동화 끈 같았다.

A는 코로나19가 몰아치고 있는 지금의 자영업자들이 메르스 때보다 훨씬 힘든 시기에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제 소비자 입장이 된 자신이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소비 위축 정도가 2015년 당시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력을 가진 자영업자들은 단 몇 개월 매출 하락에도 영업 기반이 크게 흔들거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마이너스 수익이 나는 경우에는 단순히 적자 금액만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받았던 급여만큼의 재정적 충격이 고스란히 가계 빚으로 이어졌고, 가족 모두가 고통받았다.

A는 코로나19가 몰아친 이 시기 자신이 자영업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으로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꺼내 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정부 지원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융자와 대출은 시간이 흘러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출은 꺼져가는 불씨를 잠시 살려둘 뿐이다. 불씨를 완전히 살리려면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생존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A는 생각한다.

'그 골목 상인들은 지금 어떤 도움을 바라고 있을까?'

cdh4508@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