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될까, 독될까… 정치권, 박근혜 '옥중훈수' 두고 연일 공방
약될까, 독될까… 정치권, 박근혜 '옥중훈수' 두고 연일 공방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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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옥중 정치" vs 野 "심판 당부"… 발칵 뒤집힌 정치권
보수권, '대통합' 기대와 함께 '도로 새누리당' 우려 공존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치소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대통합 고리가 될지, 반대로 중도층 이탈의 신호탄이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에 대해 "국정농단을 반성하기는커녕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국민에게 탄핵 당한 대통령이 옥중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는 행태도 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난했다. 또 "(박 전 대통령 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며 "우리 국민은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준엄하게 (보수 진영을)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부각했다.

반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줬다"며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앞에서 결코 분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남겨두고 한 말씀이다.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며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 과제를 확실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자유공화당 등 보수 진영과 통합 작업에 나서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옥중 자필 편지를 통해 "나라가 매우 어렵다.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편지를 대독하며 "특별하게 발표 시점을 선택한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에 돌아가면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발표 시점을 정교하게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합당 기자회견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합당 기자회견에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침 편지 발표 전날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전면 부정해 온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자유공화당'으로 합당한 때였다. 4·15 총선을 앞뒀지만, 통합당과 한 노선을 타지 않은 것이다. 통합당의 경우 대구·경북(TK) 면접을 마무리하고 물갈이를 예고한 상태였다. TK 안팎에선 공직선거후보자추천서(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 의원이나 일부 외부인사가 통합당을 탈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편지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우선 순위에 두면서 협력의 물꼬를 튼 것이다. 특히 새로운보수당에서 유승민 의원 등이 합류한 것 등을 고려하면 19대 총선 이후 8년 만에 통합 대오를 구축하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도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정도 통합을 이룬 상황에서 '인적 쇄신'이 활성하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통합당은 결국 새누리당이란 인식을 줄 수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