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역할론 부상…주총 관전 포인트 '둘'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역할론 부상…주총 관전 포인트 '둘'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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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현대중지주 주주총회서 가 사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올라
그룹 경영권 승계 도우미부터 대우조선 합병 마무리 선봉장 예상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오는 24일과 25일 각각 열릴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 현대중공업은 가 사장을 선봉장으로 내세워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와 경영승계 작업을 맡길 것으로 점쳐진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28일 공시를 통해 기존 오는 25일 열릴 주총의 주요 안건이었던 사내이사 신규 선임과 관련해 기존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부사장)에서 가 사장으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같은 날 공시를 통해 기존에 없었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추가하고, 가 사장을 후보자로 내세웠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내이사 선임 변경은 당초 조 실장을 후보자로 발표한 지 4일 만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당초 가 사장이 영업활동 등으로 해외 출장이 잦아 조 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인수 마무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신고서를 수리하고, 1차 심사를 개시했다. 일본은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두고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제동을 걸어 심사 승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 1월31일 한국 정부의 조산산업 구조조정 조치를 두고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일본은 지난달 12일 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에서 “한국 정부가 금융 제공을 포함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 조치가 WTO 보조금 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합병 관련 심층 심사를 개시했다. EU 집행위는 앞서 진행된 예비 심사 결과에서 다양한 국제 화물조선 시장에서 경쟁을 줄일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한국, EU,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일본 등 6개국에서 본격적인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6개국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할 적임자로 가 사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 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 태스크포스(TF)팀을 이끌면서 기업결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작업은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가 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2인자로 평가받고 있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이자, 그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멘토로 알려져 있다. 가 사장과 정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정 부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인수 TF(태스크포스)팀에 합류해 기업결합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 현대중공업그룹 대표로 참석해 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선 부사장은 최근 공식 행사에서 재벌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앞으로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를 본격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