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부, 항공업계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해야
[기자수첩] 국토부, 항공업계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해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3.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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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LCC 6개사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정부와 관계기관의 지원을 요청하며 이같이 밝혔다.

항공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국토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일어난 일본 여행 거부 운동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항공 여객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노선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수개월째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CC들은 희망·무급휴직 시행, 급여 일부 지급, 임원들의 임금 자진 반납 등 저마다 비상경영 자구책을 내놨다. 에어서울의 경우 단독 노선인 인천-일본 다카마쓰(高松)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제선 운항을 2주간 중단하기로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침체에 빠진 항공업계의 지원을 결정하고, 항공사 사장단과 두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10일 한·중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미사용분 회수를 유예하고,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감면하는 등 단계별 지원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LCC 6개사 사장단은 지난달 27일 공동 긴급 건의문을 내고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공항사용료와 세금 유예가 아닌 전면 감면 조치 시행 △고용유지지원금 비율 한시적 인상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사장단은 “지금의 국가적 재난은 항공사만의 자체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 너무나 역부족”이라며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지원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3일 서울 한국공항공사에서 김상도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국내 항공사 사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LCC 6개사 이외에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측도 참석했다.

사장단은 간담회에서 항공 산업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호소와 함께 운항 감축에 따른 외국 공항의 슬롯 확보 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이날 사장단의 건의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등 항공업계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신규 LCC 세 곳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LCC들은 9개사로 늘었다.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우려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데 한몫한 셈이 됐다. 국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