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1년 넘게 끌더니… 정치권, 이제와서 볼멘소리
'선거구 획정' 1년 넘게 끌더니… 정치권, 이제와서 볼멘소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04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통합당·민생당 모두 획정위 자체 안 두고 일제히 반발
선거법상 지난해 4월 15일 다 끝났어야… 정치권 "미흡" 뒷북
4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여야 행안위 간사들이 선거구획정 관련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통합의원모임 장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혜숙 행안위원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 (사진=연합뉴스)
4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여야 행안위 간사들이 선거구획정 관련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통합의원모임 장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혜숙 행안위원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지역구 획정에 늑장을 부리던 정치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자체 안을 내놓자 뒤늦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심재철(미래통합당)·유성엽(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이 법 취지를 훼손한다"며 획정위 재의를 요청했다. 당초 본회의에서 가결하기로 합의한 날을 하루 앞둔 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획정안이 인구 기준을 위반하고,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지역 조정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25조에 따르면 획정위는 선거일 15개월 전 인구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한다. 지난해 1월 대한민국 인구는 5182만6287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선거구 인구 하한 기준은 13만6565명이다. 상한선은 27만3129명, 선거구 평균 인구는 20만4847명이다.

절차상 획정위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가 시·도별 정수 등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면 이를 바탕으로 획정안을 만든다. 획정위가 선거법 24조 11항에 따라 총선 13개월 전까지 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국회는 선거법 24조의2에 따라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 지난해 4월 15일까지 모든 게 끝났어야 하지만, 각 당 행안위 간사는 지난달까지도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후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까지 나섰지만, 합의하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 2일 획정위에게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획정위는 국회의 늑장으로 획정이 늦어졌음에도 지난 3일 "법정 제출 기한을 1년 가까이 지나 제출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전했다. 획정위는 그러면서 자체 안을 발표하며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인구편차 범위와 선거법에 규정한 인구편차 범위와 선거법에 규정한 획정 기준을 준수해 선거구 변동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국회는 되려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획정안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한민수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획정위 획정안을 보고 받은 뒤 "개정 선거법상 농·어촌·산간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강원 지역)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도 획정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고용진 의원은 획정위가 서울 노원갑·을·병을 노원갑·을로 줄인 것에 대해 "이번 발표는 법과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지켜야 할 획정위가 획정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못한 졸속 안"이라고 비난했다. 우원식 의원도 "공정·합리성을 상실한 획정위의 정치적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통합당 이양수 의원은 강원 속초·고성·양양이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으로 통·폐합한다는 획정안에 대해 "역사상 최악의 게리맨더링(한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변경하는 일)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원도민과 결사 저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장정숙 민주통합의원모임 수석부대표도 "아주 잘못된 획정안"이라며 전남·강원 지역 선거구 획정안을 언급하며 "선거법에서 농·산·어촌 선거구를 보존한다는 25조 2항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뤄졌다. 17대 총선 땐 선거를 37일,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친 바 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