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기'와 '초기'의 차이
[기자수첩] '조기'와 '초기'의 차이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3.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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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가 비상협력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종식시키고, 그 피해를 '조기'에 복구해…"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실효적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장소에서 한 문제에 대해 다른 발언한 것을 두고 야권과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위 발언은 지난 28일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이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사전 환담에서 한 얘기이고, 아래는 같은 날 문 의장과 만난 후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조기'와 '초기'는 뜻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조기는 '이른 시기'라는 의미이고, '초기'는 '정해진 기간이나 일의 처음이 되는 시기'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폭증한 것을 고려하면 비상협력체제를 구축해 '초기'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어야 했고, 중국인 입국금지는 '조기'에 실시했어야 했다. 이같은 어폐 있는 발언은, 일선에 있는 정부 관계자는 몰라도 최소한 문 대통령은 지금도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바이러스 전염병이 터지면 무조건 감염원부터 차단하고 봐야 한다는 게 의료·보건계와 질병본부·보건복지부 등 전문가의 견해다. 실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지난 19일 "방역 입장에선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중국인) 입국금지가 당연히 좋다"고 말했다. 질본은 국내 최고 방역 전문가가 모인 곳이다. 감염병 확산 위기 상황에서 질본 의견은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할 방역 대책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에 일곱 차례나 같은 권고를 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기나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는 검토하지 않았던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같은 정치적 행사 때문에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않았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국 보복을 우려했다. 국제 정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호전하고 북한과의 사이도 긍정적으로 돌아서면 경제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압승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까진 4·15 총선은 여권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점점 균형을 잃고 있다. 경제는 쑥대밭이 되고, 증시가 폭락하자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은 조기에 100만명을 넘겼다.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입국차단 조치를 조기에 시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의 제1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이런 모범답안은 전통적 우방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더욱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 마스크는 물론 생필품·식량 대량 구입에 나선 사람도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생명·안전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국민은 스스로 살 길을 찾고 있다.

bigstar@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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