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진자 급증'에도 안일했던 은행권 대처
[기자수첩] '확진자 급증'에도 안일했던 은행권 대처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3.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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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을 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당과 마트 등 사람이 몰리는 곳이라면 직원은 물론 손님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고 있자면 '혹시 나도 무증상 감염자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백신도 없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대면 업무가 필요한 서비스는 종사자도, 서비스 이용자도 께름칙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은 비대면 서비스가 일반화됐다고 하지만, 몇몇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여전히 은행 창구를 방문해야 한다. 대출 같은 기한 엄수가 중요한 업무라면 접촉을 피하고 싶어도 불안감을 안고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여러 시중은행 직원들은 대면 업무에서 마스크 착용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고 며칠 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소재 7곳의 은행 중 4곳에서만 마스크 착용이 충실히 지켜지고 있었다. 나머지 3개 지점에서는 직원 일부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거나 아예 착용하지 있지 않은 모습을 목격했다.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도 있었다.

영업점을 관리하는 은행 본사의 대처는 더욱 아쉽다.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은 본사 차원에서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다. 업무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어렵고, 마스크 착용 시 숨이 가빠지는 현상 등도 있어서 호흡기 질환이 있는 직원의 경우 계속해서 착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면 업무 시에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직원은 재택근무 조치하고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더욱 적극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은행들의 연이은 영업 지점 폐쇄는 코로나19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돼 본점 건물 전체를 일시 폐쇄하기도 했으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임시 폐쇄 중이거나 폐쇄 후 영업을 재개하는 지점이 속출하고 있다.

방역을 했더라도 확진자가 들렀던 지점을 방문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부 은행에서는 영업 지점 축소도 검토 중이지만 모든 지점을 닫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그만인 일반적인 사기업의 판매점과 달리 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 국민 경제생활에 필수적이라는 공적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대면 서비스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확진자 3000명이 넘은 지금, 늦게나마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