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시험일 연기”vs“예정대로 실시” 코로나19 수험생 설전
[e-런저런] “시험일 연기”vs“예정대로 실시” 코로나19 수험생 설전
  • 신아일보
  • 승인 2020.02.29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9일 실시되는 5급 공채 시험(행정고시)을 4월 이후로 연기한 가운데, 3월28일 예정된 9급 국가직 공채 시험을 두고 수험생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안전을 위해 이 시험일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9급만큼은 철저한 방역 하에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2월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서서히 나오는 시점에서 불이 지펴졌고, 급격한 확산세를 보인 2월 중순 부터 점화돼갔다.

급기야 시험 강행에 손을 든 수험생들은 “시험일 연기를 주장하는 이들이 진짜 수험생 안전을 위해서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시험일이 한 달이라도 연기되면 그만큼 수험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안전을 위해 시험일 연기를 주장하는 건지 코로나19를 빌미로 공부할 시간을 더 확보하려고 그러는 건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갑론을박에 기자는 2015년 메르스 때를 떠올려보고자 한다. 2015년 5월 국내 첫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고 이후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에 6월 실시될 예정인 서울시 9급, 지방직 공무원 시험일 연기론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타 기관, 부처 공무원들이 지원 나와 전국 수백개 고사장에 배치됐고 이들은 시험장에 들어선 수험생을 일일이 검역했다. 발열기로 수험생 이마에 온도를 재가며 정상 판정 시에만 입실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손소독제와 세정세 등을 배치했고 보건소 직원, 경찰, 소방관 등도 나와 상황을 살폈다.

운동장에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앰뷸런스를 대기했다. 수험생들도 자발적으로 정부의 방역에 동참했다. 철저한 방역 조치로 큰 탈 없이 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정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번 국가직 9급 시험일이 연기된다면 이후 실시되는 서울시·지방직 9급, 국가직·지방직 7급 등 시험 등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사전 계획한 2020년 시험 일정 진행에 차질이 빚어져 행정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수험생은 시험일에 맞춰서 세운 수험 계획이 어긋나 버리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 공직 취업까지 대기기간도 길어져 수험생들은 장기간 실업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무작정 미루고 보는 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이 ‘안전’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겠다.

이에 정부도 참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단은 내야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극한 질병을 이겨낸 전력이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으나 3월이 되면 달라지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또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그에 맞은 정부의 결정을 기대해 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