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풍향계③-제주] 與 '수성' vs 野 '점령'… 관건은 '경제활성 역량'
[총선풍향계③-제주] 與 '수성' vs 野 '점령'… 관건은 '경제활성 역량'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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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6대 총선부터 네 번 연속 민주당 손 들어줘… 한쪽 몰아주는 경향
민주당, 제주 3개 지역 모두 후보 확정… '전략공천' 두고 잡음은 여전해
통합당, 똘똘 뭉쳐 총력전 채비… 후보 간 '공천 승복 서약' 뒷탈 사전 차단
제주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첫 확진자 발생에 따른 위기극복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에서 첫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첫 확진자 발생에 따른 위기극복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 중 하나는 제주특별자치도다. 지난 6일 지역 안에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음에도 지역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관광객이 사라지고, 숙박업체·식당은 매출이 폭락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첫 확진자까지 나왔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후보자의 역량이 승리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한쪽만 몰아준다'… 제주, 4월 15일 이변 없을까

제주의 특성은 한 정당에 표를 몰아준다는 것이다. 제주 지역에는 현재 △제주시갑 △제주시을 △서귀포시 3개 선거구가 있다. 14대 총선에선 무소속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줬고, 15·16대 총선에선 보수 성향의 신한국당의 손을 들어줬다.

진보 세력이 제주 민심을 잡은 건 2000년대 이후부터다. 16대 총선에서 △제주시 △북제주군 △서귀포시·남제주군 세 개 지역구 중 제주시는 한나라당을, 나머지 두 지역은 새천년민주당을 택했다. 이후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이 세 개 지역구를 모두 차지했고, 18대 총선에선 통합민주당이,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이 석권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밀어주면서 진보 진영의 텃밭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는 역사적 상처가 많은 곳이다. 지난 19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국 군정의 강압을 계기로 민중항쟁이 일어났고, 2000년 집계한 사건 희생자는 1만4028명에 이른다. 2007년부터는 수많은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설치를 강행했다. 이러한 아픔과 비통함 때문에 제주가 진보 성향을 공고히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신원 확인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전 제주4·3평화교육센터 강당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 신원 확인 보고회에서 신원 확인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주당, 후보 모두 확정했지만… '전략공천' 잡음 여전

민주당은 현재 제주에서의 총선 후보를 모두 확정한 상태다.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를 살펴보면 4선 강창일 의원의 선거구인 제주시갑에선 13명의 예비후보자가 이름을 올렸다. 오영훈 의원 지역구인 제주시을에선 10명의 예비후보가 출마했다. 특히 민주당에선 오 의원 혼자만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위성곤 의원을 20대 국회로 보낸 서귀포시에선 6명의 예비후보가 나왔다. 제주시을과 마찬가지로 역시 민주당 소속으로는 위 의원 혼자만 출마했다. 현역 의원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제주시갑 지역구의 전략공천 잡음은 여전히 변수다.

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은 후임자로 송재호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에게 공직선거후보자추천서(공천)를 부여했다. 도내 선거구에서 예비후보가 가장 많았던 이곳에선 박희수 전 도의회의장이 일찌감치 예비후보를 등록해 얼굴을 알려왔다. 박 전 의장은 당의 전략공천을 납득할 수 없다며 중앙당 재심을 요청했고, 결과를 기다리며 거취를 고심 중이다. 문윤택 예비후보 역시 전략공천을 수용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당원과 시민 1100명은 지난 24일 '제주시갑 선거구 전략공천 반대 서명' 탄원서까지 중앙당에 제출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이 제주한라아트홀에서 연 의정 보고회를 통해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국회의원이 제주한라아트홀에서 연 의정 보고회를 통해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열대비' 통합당… 與 독식막기 총력전

네 번 연속 민주당에게 자리를 내줬던 보수진영은 쟁탈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 안에서 이어지는 제주시갑 전략공천 소란을 흔들기 위해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4명은 '공천 승복 서약식'을 공개적으로 개최했다. 주축은 고경실·구자헌·김영진·장성철 예비후보다.

당원 50%와 국민 50%라는 경선 방식을 택했던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선 '100% 국민 경선'으로 기조를 바꿨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공을 들인 자유한국당 출신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곳의 경우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사전에 차단했다. 제주시갑 지역은 민주당이 수성한 도내 3개 지역구를 점령하기 위해 세력을 굳힌 것이다.

현재 제주 내 보수권 중량급 인사 중에는 차기 대통령선거 주자 물망에도 오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 85조에 따라 공무원으로서 선거에는 관여할 수 없다. 유세 지원이 불가능한 것이다. 원 지사는 최근 "현직 도지사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대책기구 참여 자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거대 세력과 맞서기 위해 본선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