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거부하는 중국인…난징서 한인 30여명 자택 진입 거부돼
한국인 거부하는 중국인…난징서 한인 30여명 자택 진입 거부돼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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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 자가격리조차 불가능해 호텔로…야간에 호텔서 쫓겨나기도
중국 언론 환구시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말 제지돼야”
(사진=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중국 난징공항 입국장에서 한국 승객들이 줄을 서 방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입국장의 외국인 안내판에 유독 한국어로만 '한국인'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도리어 한국인이 쫓겨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확진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인을 향한 우려와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중국 난징에서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한인들이 자택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입구에서 막아서는 주민들로 인해 호텔로 향하는 일이 벌어졌다. 

28일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및 교민들에 따르면 27일 오후 인천발 난징행(아시아나 OZ349편) 여객기로 도착한 우리 국민 30여명은 난징 시내의 아파트로 이동했지만 정문 앞에서 막아서는 주민들로 인해 진입하지 못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이 여객기가 난징에 도착한 후 이들과 함께 탑승한 중국인 승객이 인후통을 호소해 주변 승객 34명이 격리 조치됐고, 격리되지 않은 나머지 한국인 승객들은 각자 난징 시내의 자택으로 이동해 중국 당국의 지침대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택으로 이동한 한국인 승객들은 해당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며 강력하게 진입을 막아 정문 앞에 한참을 서 있다가 끝내 진입을 막는 주민들로 인해 근처 호텔로 이동했다.

주민들이 막아선 이들은 대부분 난징에 사업장을 둔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들로 난징 지역에는 LG화학 배터리 공장 및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이 소재해 있다.

또한 이들은 LG계열사의 중국 측 고객사들이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빠른 시일 안에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우리 측 기업에 관련 인원을 급히 보내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중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중국 출장을 다들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중국 측 고객사가 강하게 요구해 어렵게 출장을 온 것이다. 이렇게(자택 진입 거부 등) 될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난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격리되는 상당수 한국인들은 LG계열사 직원과 LG계열사의 협력사 관계자들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상황이 속출하자 정부는 난징시 당국에 주민들이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불법으로 진입을 막는 행위를 즉각 해결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난징시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우리 국민들이 도처에서(상하이, 쑤저우 등) 거부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지침과 달리 해당(진입 거부) 아파트 주민들이 한국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개별 사례마다 최대한 관여해 자의적(중국 정부 지침과 달리)인 진입 금지 조치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외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방 조치가 극단적이고 과격해서는 안 된다”며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또한 “산둥성 일부 도시 아파트에 ‘한국과 일본에서 온 사람들의 진입을 금지한다’는 게시물이 붙은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는데 이런 악랄한 일은 반드시 제지돼야 한다”고 재차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이어 “이런 차별적인 말을 게시하는 것은 도시의 수치다. 한·일 여론만이 아니라 중국인도 질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난징 소재 호텔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이 늦은 밤 시간 예고도 없이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중국 고객사 측의 강력한 요구로 난징에 출장 온 한국 업체 관계자들로 27일 밤 갑자기 공안이 호텔에서 나갈 것을 요구해 짐을 싸서 호텔을 나와야 했다고 전해졌다. 

한국 업체 관계자는 “난징 내 여러 호텔이 한국인 투숙을 받지 않고 있다. 원래 있던 호텔에서 (중국 공안의 요구로)어쩔 수 없이 나온 동료들이 새 숙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베이징 소재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왕징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한국에서 돌아온 주민을 대상으로 ‘폐쇄식 자가 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한국인들은 자택 밖을 나가지 못 하고, 필요한 물품은 현지 주민위원회에서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징 소재 또 다른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재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단지 입구에서 한국인 주민들에게 여권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