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청년에게 살해된 흑인소년…‘에멧 틸’법 사망 65년만에 입법
백인청년에게 살해된 흑인소년…‘에멧 틸’법 사망 65년만에 입법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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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여성에게 휘파람 불었다는 이유로 린치, 시신 강에 버려져
(사진=아이클릭 아트)
(사진=아이클릭 아트)

미국에서 인종차별적 린치를 처벌하는 ‘에멧 틸’ 법이 사건 발생 65년 만에 입법됐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의하면 바비 공화당 소속 일리노이주 바비 러시 하원의원이 발의한 ‘에멧 틸’ 법은 이날 표결에서 찬성 410, 반대 4로 승인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린치 범죄는 연방 증오범죄로 인정해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 가능하다. 또한 이와 함께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다. 

러시 하원의원은 “이 법의 중요성은 과장될 수 없다. 샬러츠빌 부터 엘패소까지 우리는 여전히 에멧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같은 폭력적 인종차별주의와 맞닥뜨리고 있다”고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흑인 소년 에멧 틸은 1955년 8월28일 미시시피주의 삼촌집을 방문해 근처 상점에 들렀다가 지나가는 백인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백인 청년들은 흑인 소년인 에멧 틸이 백인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납치 후 린치를 가해 끝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들은 사망한 흑인 소년 틸을 근처 강에 내다버렸다. 

틸이 사망한지 65년, 드디어 미국 하원에서 소년의 이름을 따 인종적 증오범죄에 근거한 사적 린치를 처벌하는 취지의 ‘에멧 틸’ 법률이 통과됐다. 

특히 소년 틸이 살해된 지역을 지역구로 둔 베니 톰슨(민주·미시시피) 하원의원은 “반 린치 법안은 너무 오래 계류돼 있었다”며 “하지만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의를 보장받도록 하는 데 늦었을 때라는 말은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러시 의원은 “이 법률은 4000여 명이 넘는 린치 피해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정의를 실현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흑인 소년 ‘에멧 틸’ 사건은 1950년대 흑인 민권운동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계기가 됐다.  

틸의 사연은 영화로도 제작돼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으며 지난 2018년 발생 63년 만에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재수사가 이뤄졌다.

55년 당시는 용의자 두 명(백인 청년)이 체포됐지만 배심원단 또한 전원 백인으로 이뤄져 이들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고 틸을 살해한 두 청년은 처벌 없이 자유의 몸이 된 바 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