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공장제작 건축, 모듈러 주택 넘어 건설산업 혁신의 원동력 되려면
[기고 칼럼] 공장제작 건축, 모듈러 주택 넘어 건설산업 혁신의 원동력 되려면
  • 신아일보
  • 승인 2020.02.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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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1980년대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 당시 널리 활용됐던 PC(Precast Concrete)는 누수, 결로, 소음 등 각종 하자 발생과 초고층 건축물 붐으로 건설업계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하주차장, 물류센터 등에서 다시 활용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100% PC공법으로 건축된 공동주택까지 등장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공공 주도로 모듈러 주택의 보급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최근 국내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PC, 프리패브, 블록형 구조체 등 소위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은 공기 단축과 이에 따른 공사비 절감, 안전성 향상 및 폐기물 감소 등 공장제작 건축의 특성과 더불어 최근 국내 건설시장의 기능인력 부족 현상, 인건비 상승 등의 변화된 여건과 맞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유럽, 싱가포르, 일본 등 선진국 건설시장에서 관심과 적용이 증가하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장제작 건축은 블록형 구조체를 활용한 모듈러 주택 상품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조달과정 혁신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오래전부터 건설현장의 자동화 및 무인화에 대한 기술개발은 지속해서 이뤄졌고,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로 증강현실과 3D 프린팅, 드론 등 다양한 스마트기술이 건설산업에 도입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현업 활용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반면 공장제작 건축은 기존의 가용한 기술을 토대로 하는 것이어서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

싱가포르와 영국의 경우, 건설산업의 혁신을 위한 공장제작 건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가 차원에서 ‘모듈러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는 ‘건설산업 구조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모듈러 분야를 육성하고, 올해까지 공공공사 모듈러 활용비중 목표를 40%로 설정했다. 건설기업이 모듈 생산을 위한 부지가 필요한 경우 제작부지도 제공하고 있다. 영국도 신속한 주택건설 및 인프라 공급을 위해 모듈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건설기업들의 모듈러 전환을 위해 주택건설기금 활용, 모듈러 기술개발 투자기업의 세제 혜택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공장제작 건축이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미흡하다. 최근 건설기업들은 PC공법의 활용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또한 많은 기업이 모듈러 등 공장제작 건축의 활용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해외 모듈러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양상이다. 그러나 현재 단독주택 등을 제외하면 현장시공방식 대비 가격경쟁력이 부족하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물량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공공의 역할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국토교통부와 LH 주도의 모듈러 공동주택 공급물량은 최대 1000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민간 부문의 확산을 기대하기에는 관련 제도의 개선과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공장제작 건축은 주택법 제51조에 의한 공업화 주택 인정제도에 근간을 두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한정돼 있으며, 기숙사, 오피스텔 등 준주택과 일반 건축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재·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공장 제작 건축의 특성에 적합한 발주제도의 정비, 건설기업들의 공장제작 건축 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과 공장제작 건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마련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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