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기업의 해외 성공소식을 기원하며
[기자수첩] 우리 기업의 해외 성공소식을 기원하며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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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과 주류, 담배 등을 주력으로 하는 소비재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유지하거나 다소 오른 기업들이 있는 반면에, 주춤한 경우들도 꽤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소비재 기업들은 특성상 경기불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경기는 지속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비심리는 계속해서 움츠러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경제사정이 이렇다보니 해가 바뀌어도 소비재 기업들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하다. 소비재 기업 관계자들과 얘기해보면 “불황은 계속되고 시장은 쪼그라들면서 쉽지 않다”,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결정하고 시도하는 게 참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등은 필요한데, 지금 같은 불황에 모험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비재 기업들은 위축되고 있는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시야를 넓히고 적극적인 도전으로 지금의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다.

국내 궐련담배 1위 ‘KT&G(케이티앤지)’는 최근 글로벌 담배 최강자 ‘필립모리스’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릴’을 앞세워 세계 전자담배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흡연자 감소 등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10%가량 성장했지만,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전자담배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KT&G는 국내 전자담배시장에서 필립모리스와 경쟁 관계다. 점유율 차이는 두 배 가까이 뒤진다. 그럼에도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해 필립모리스와 손을 잡는 ‘역발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로 소위 대박을 치면서 7년 만에 매출 2조원을 재돌파한 ‘하이트진로’ 역시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수년 전부터 ‘소주 세계화’에 차근차근 나서고 있다. 한동안 내수에서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소주를 세계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육성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 2018년 한 해에만 소주로 5000만달러(약 580억원) 이상을 벌었고 80여개국까지 판로를 확대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미국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여는 등 인지도를 높이며 글로벌 주류종합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불닭시리즈’를 글로벌 히트상품으로 키운 ‘삼양식품’도 빼놓을 순 없다. 불닭볶음면은 우연찮게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 입소문 나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삼양식품은 ‘원히트원더(One Hit Wonder, 유행해 편승해 잠깐 동안 인기를 끈 노래 혹은 상품)’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중화권과 아시아, 미주 등 시장별로 마케팅 전략을 달리했고, 해외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춰 확장버전만 20여가지 이상 내놓는 등 재빠르게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출액은 내수 매출을 앞지르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서의 도약을 가시화했다.

KT&G와 하이트진로, 삼양식품 모두 공교롭게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내수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과감하게 부딪혀 보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분명 성장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올해도 인구는 줄고, 저성장에 코로나19 등 온갖 악재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시야를 넓히고 모험정신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기업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