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無… 코로나19에 얼룩진 대한민국
청정지역 無… 코로나19에 얼룩진 대한민국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2.2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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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행 국면… 대구경북만 400명 이상 확진
슈퍼전파자 된 신천지… 병원내 감염도 현실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인 유행 국면에 들어갔다.

마지막 남아있던 울산까지 무너지면서 전국의 '청정지대'이 모두 사라졌고, 갈수록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연이어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중앙정부 대응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진단하고, 지역 중심의 방역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 전국 17개 시·도 다 뚫렸다… 유행 국면

23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울산을 마지막으로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3일 만이다.

환자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생긴 후 한 달쯤 되던 이달 18일까지도 확진자는 31명에 그쳤다.

그러나 신천지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에서 '슈퍼 전파'로 인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환자가 폭증했다. 현재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은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사례다.

확진자 범위도 넓어졌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확진자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을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전국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연령별로 봐도 4세 어린이부터 80세 이상까지 전 나이대에 환자가 고루 발생했다. 또 코로나19 저지를 위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 TK는 코로나19 패닉 상태… '우한 축소판' 되나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대구·경북이다. 이곳에서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지난 18일 61세 여성(서구 거주)이 국내 3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연일 환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만 400명을 넘어섰다. 전체 확진자 중 8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은 음압 병실과 병상 등 대응 자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환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시는 경북 지역 내 음압 병상을 최대한 가동하는 한편, 확진 및 의심 환자를 주변 의료기관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대구 지역 시민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일어 문제다. 확진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2차, 3차 감염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역 자체를 향한 원망과 비난이 꽂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구 특별재난지역 선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국가 안정과 주민 안전을 위해 선포하고 행정·재정상 특별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우려했던 '병원내 감염' 현실화… 환자 속출 우려

코로나19 사태는 당분간 악화될 조짐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병원내 감염'이 현실화 된 점이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낮지만, 인플루엔자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기저질 환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밀폐된 공간에 다수 몰려있어 감염병이 급속도로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려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의 사례로 현실이 됐다.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지난 19일 첫 환자 발생 이후 환자 수가 폭증했다. 코로나19 사망자 4명 중 3명도 병원 환자 중에 나왔다.

이어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도 병원 내 감염이 발생했다. 환자를 병동과 검사부서 등으로 이송하는 일을 했던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응급실과 외래진료가 잠정 폐쇄됐다.

◇ 확진자 증가 계속될 듯… 지자체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미 중앙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번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학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이들은 대구·경북은 이미 지역감염으로 환자가 많이 늘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생길 수 있는 초기 상태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지역사회 차원으로 감염자 증가세가 폭발적일 수 있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감담이 안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따라서 지역 중심의 방역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지침을 기다리기 보다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규모로 확산하자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관심), '국내 유입'(주의), '제한적 전파'(경계),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