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NG선 명가' 대우조선해양, 현장 둘러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
[르포] 'LNG선 명가' 대우조선해양, 현장 둘러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2.2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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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바 용접 기술자 절반 가까이 보유하며 생산 기술력 자부
옥포조선소, 기자재마다 바코드 입력 등 체계화된 생산 흐름 갖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에서 바라본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이성은 기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에서 바라본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이성은 기자)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수주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안벽 공기(공사기간)의 역할은 큽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안벽 공기는 6.8개월입니다. 안벽 공기는 세계적으로 선박을 빨리 잘 짓고, 인도할 수 있는 경쟁력인 셈입니다.”

송하동 대우조선해양 선박생산운영담당 수석부장은 안벽에 정박해 내부 공사 중인 한 LNG선 앞에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설명했다. 안벽은 마무리 건조 작업을 위해 선박을 댈 수 있는 부두다. 송 수석부장은 이곳에서 공사하는 기간은 다른 조선소보다 빠르다고 강조했다.

송 수석부장의 이 같은 설명을 들으면서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와 함께 둘러본 옥포조선소 야드는 배를 건조하는 도크와 자재를 가공하는 작업장마다 직원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옥포조선소는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약 140만평 부지에 협력사를 포함해 2만70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옥포조선소 야드에 배를 건조하는 도크장을 총 7기 보유하고 있다. 도크장은 각각 물 빠진 수영장 형태의 드라이도크장 2기,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육상도크장 2기, 물 위에 선박을 띄워 건조·수리할 수 있는 플로팅도크장 3기가 있다.

옥포조선소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1970년대 초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당시 대한조선공사 주관 아래 건설을 시작한 이후 1978년 오일쇼크로 인한 조선경기 불황과 자금 부족으로 조선소 건설이 중단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78년 대우그룹이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옥포조선소를 인수하며, 5년 뒤인 1983년에는 상공부로부터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는 1993년 국내 첫 전투잠수함을 건조하고, 선박수주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2000년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조선업만 영위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 2002년 현재 사명으로 변경됐다.

◇선박 건조 기자재마다 바코드 입력…생산 관리 철저

옥포조선소는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에 매진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작은 도시 같았다.

조선소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기자재다. 건조하는 선박에 맞게 제조된 철강 소재 기자재마다 바코드가 담긴 하얀 종이가 붙어 있다. 바코드에는 생산 공장, 투입해야 하는 선박 등 기자재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내 작업장(위)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아래). (사진=이성은 기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내 작업장(위)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아래). (사진=이성은 기자)

기자재의 바코드는 대우조선해양이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생산 관리를 얼마나 많이 신경 쓰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러한 기자재 관리를 통해 생산 과정의 흐름에서 적절한 시점에 자재를 투입한다. 이는 곧 생산 관리 능력으로 이어지고, 조선소의 역량이 된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형식 대우조선해양 홍보부장은 “생산 관리의 핵심은 (기자재가) 정시에 도착하는 것”이라며 “오늘 필요한 건 오늘 생산하고, 내일 필요한 건 내일 생산하는데, 잘못하면 내일 필요한 것을 오늘 만들고, 오늘 필요한 것을 이틀 뒤에 만들면 완전히 꼬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우조선해양은 생산 관리 능력이 강점”이라며 “이곳에서 생산의 흐름을 크게 보면 ‘조선소에서는 (선박을) 이렇게 만들어서 이렇게 내보내는구나’라고 한눈에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옥포조선소는 처음부터 작은 규모로 시작해 점차 야드를 확장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설비 등을 생산 과정과 관계없이 구축한 게 아니다.

김 부장은 “옥포조선소는 건설 당시부터 큰 규모를 계획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체계화된 생산 흐름을 갖출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선 건조 중인 선박 가운데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눈에 띄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8년 수주한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으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수주잔량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LNG선 31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16척,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4척, 대형액화석유가스운반선(VLGC) 2척이다.

◇작업 환경 관리와 인바 용접 기술력으로 LNG선 무결점 생산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현장을 벗어나 안벽에서 현재 건조가 한창인 LNG선의 화물창에 들어섰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 1989년 LNG선 기술개발에 착수했으며, 1992년 첫 수주 이후 지난달 말 기준 178척 수주, 147척 인도, 잔량 31척을 보유하는 등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인도했다”고 설명했다.

LNG선의 화물창은 선박이 수송하는 영하 163도로 냉각한 LNG를 보관하는 탱크 공간으로, 천연가스의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액화한다.

화물창에 싣는 LNG는 운송 과정에서 열로 인해 조금씩 기화하기 때문에 영하 163도를 유지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창을 2중 벽면으로 설치하는 샌드위치 타입(멤브레인형)을 채택하고 있다. 영하 163도를 유지해 기화를 막고, 운송 중인 LNG가 새지 않고, 화물창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지난 2018년 노르웨이 지역 선주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두 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가운데 한 척의 화물창 안 건조 현장에 설치된 ‘세계 최고 LNGC화물창 건조 3무(無) 실천 다짐’이 적힌 플래카드. (사진=이성은 기자)
지난 2018년 노르웨이 지역 선주가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두 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가운데 한 척의 화물창 안 건조 현장에 설치된 ‘세계 최고 LNGC화물창 건조 3무(無) 실천 다짐’이 적힌 플래카드. (사진=이성은 기자)

취재를 위해 올라선 LNG선은 지난 2018년 노르웨이 지역 선주가 발주한 두 척 중 하나다.

이 LNG선에는 한국의 온 국민이 겨울철에는 1일, 여름철에는 1.5∼1.8일 정도 도시가스를 쓸 수 있는 LNG가 담긴다고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설명했다.

화물창에 들어서기 전 헬멧과 보안경, 장갑을 착용했다. 공기압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장치를 사용한 후 다시 신발 바닥 면에 붙어 있을지 모를 이물질을 제거하는 테이프를 밟고 지나서야 화물창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공사 중인 화물창 안은 분진이나 먼지, 바닥에 이물질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송하동 수석부장은 “(화물창을 보면) 공사 현장 같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먼지나 쇳가루, 미세한 가루 하나만 들어가도 결함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물질 관리를 굉장히 깨끗하게 한다”고 말했다.

화물창에 들어서자 벽면에 설치한 1층마다 3미터(m) 간격인 총 10층 규모의 구조물이 보였다. 근로자들은 각 층에 배치돼 LNG가 담길 화물창의 벽면을 공사하고 있었다.

화물창은 단열 나무 상자를 설치해 열을 차단하고, 극저온에서도 균열 없이 견디는 인바(Invar)라는 0.7밀리미터(㎜) 두께의 철판을 설치해 만들어진다. 인바 설치 과정에서 진행하는 세밀한 인바 용접 기술은 대우조선해양의 자랑이다.

인바의 두께가 얇아 용접사가 용접 과정에서 자칫 머뭇거리면 구멍이 나는 등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용접 기술자들은 1분당 약 10센티미터(㎝) 길이를 용접하며, 2시간 작업 후 10분 휴식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인바에 결함이 생기면 해당 인바 전체를 제거해 처음부터 다시 용접 작업을 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바 용접 기술자들에게 매월 용접 시험을 치러 자격을 갱신하도록 하면서 기술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바 용접 기술자들의 손을 거친 용접 부위는 자수를 놓은 듯이 물고기 비늘 모양이 일직선으로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며 뻗어있었다.

송 수석부장은 “전 세계에 인바 용접사들이 300명 정도 된다”며 “그중에 130명이 대우조선해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LNG선 10척을 건조했는데, 모두 무결점으로 생산했다”고 강조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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