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코로나19 사태로 본 건설정책, 잘한 점과 더 잘할 점
[기고 칼럼] 코로나19 사태로 본 건설정책, 잘한 점과 더 잘할 점
  • 신아일보
  • 승인 2020.02.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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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한 각 산업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단일 사업장에 다수의 입출력 인원이 항시 발생하는 건설업도 감염유입 및 확산이 손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또, 다수의 외국인 근로자가 건설현장 내에서 근무 중이며, 이중 약 17.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근로자가 건설현장에서 근무 중이기에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보건당국의 노력뿐만 아니라 개별 산업의 위축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대책 들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산업 역시 코로나 19 피해 예방을 위해 발 빠른 대응책을 잇달아 마련하고 발표 중이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 항목 한시 추가’,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기준 완화’, ‘사업장 및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대응 지침’ 등을 지난달 말부터 계속 발표하고 있다. 또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경우 공공공사 현장에서 코로나19 발병 시 공사 일시정지, 계약 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 지체상금 면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공공계약 업무 처리지침’을 발표했다. 

지자체 또한 건설현장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안전어사대 투입을 통해 공사장 별 마스크, 세정제, 체온계 비치 여부와 외국인 근로자 근무 현황 파악, 코로나19 예방수칙 교육 여부 확인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발 빠른 노력은 코로나19에 한정된 대책 마련이라는 점이 아쉽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번 사태와 같은 감염병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발생 가능한 감염병까지를 염두에 둔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행 공공 및 민간공사에서 사용되는 계약조건인 ‘공사계약일반조건’과 ‘민간공사표준도급계약서’의 경우 불가항력 사유에 ‘전염병’을 포함하고 있어 계약상대자의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정의와 발생 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전염병 발생이 현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유무를 계약상대자가 스스로 규명해야 한다. 또한, 계약당사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에 대한 불필요한 다툼 발생 가능성 또한 높다. 즉, 현장에서 감염병이 발생했더라도 그 발병 원인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약당사자 스스로 증명해야 하기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공공공사의 경우 이번 정부 지침을 통해 감염병 발생 시 계약 기간 연장 및 이에 따른 비용 지급, 지체상금 면제를 받을 방안이 수립됐으나, 공기연장 비용 정산과 관련된 기존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발주기관이 이를 회피할 가능성 역시 존재하기에 더욱 명확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통한 돌관 비용 미지급 및 계약변경 서면 미교부 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이를 고려한 세밀한 지침 제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은 민간공사다. 민간공사는 공공공사와 달리 감염병 발생 시 계약상대자를 보호할 방안이 미흡하기에 국회 및 정부에서는 관련 법령 개정 및 지침 정비 등을 통해 불필요한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산업의 불필요한 피해 예방을 위한 정부 당국의 다각적 노력은 매우 칭찬할 사항이다. 하지만 향후 발생 가능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더 잘하기’ 위한 보다 면밀한 정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길 바란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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