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기생충팀과 오찬…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
문대통령, 기생충팀과 오찬…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
  • 김가애 기자
  • 승인 2020.02.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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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융성 위해 확실히 지원… 간섭 절대 없다"
봉준호 "영광스럽게 청와대서 대장정 마무리하게 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과 관련, "'기생충'이 보여준 사회의식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제작진, 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한 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불평등이 견고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목표로 삼는데, 반대도 많이 있고 속 시원하게 금방금방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매우 애가 탄다"고 덧붙였다. 

또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문화예술 산업 분야의 저변이 풍부하다거나 두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문화예술계도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며 영화 제작 현장이나 배급·상영 유통구조에서 불평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표준 근로시간제, 주 52시간 등을 준수한 봉 감독과 제작사에 경의를 표한 뒤 "일없는 기간에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복지가 잘되도록 노력하고, 영화 유통구조에서도 독과점을 막을 스크린 상한제가 빨리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영화 산업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며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봉 감독의 대학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등이 2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봉 감독의 대학동기인 육성철 청와대 행정관.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의) 그 자랑스러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이 됐고, 아주 많은 용기를 줬다"며 "그 점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아주 자랑스럽고, 오스카 역사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기생충'뿐 아니라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케이팝, 한국 드라마, 주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의 한국인 수상 등을 거론, "한국은 문화 전반에서 변방이 아닌 세계 중심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제가 다 끝나고 난 뒤에도 여기 올 때까지 힘든 장정이었을 텐데 오늘 하루는 마음껏 즐거운 시간이 되고 축하는 시간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메뉴에 김정숙 여사가 직접 '기생충' 관계자들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모이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고 인사한 뒤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화답했다. 

봉 감독은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와 영화 산업 전반 등 여러 언급을 거쳐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라면서 "이걸 암기하신 것 같진 않고 평소 어떤 이슈에 대한 체화된 주제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거 같다. 조리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작년 칸에서부터 한국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 개봉을 거쳐 아카데미 오스카의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이렇게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이렇게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자인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등 제작진 12명,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이선균 등 배우 10명,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봉 감독은 문 대통령에게 '기생충' 각본집을 선물하기도 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