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릴 앞세워 글로벌시장 공략 '속도'…성장세 잇는다
KT&G, 릴 앞세워 글로벌시장 공략 '속도'…성장세 잇는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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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담배사업 호조 매출액 5조 육박, 영업이익도 10% 상승
올 초 PMI와 전략적 동맹에 따른 '릴' 해외 데뷔 성장동력 관측
지난 1월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와 PMI의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협약식 현장. 백복인 KT&G 사장(좌)과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PMI 최고경영자(우)가 협약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G)
지난 1월2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T&G와 PMI의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협약식 현장. 백복인 KT&G 사장(좌)과 안드레 칼란조풀로스 PMI 최고경영자(우)가 협약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T&G)

KT&G(케이티엔지)는 지난해 담배사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와 동맹을 맺고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세계무대 데뷔를 앞둔 점은 긍정요인으로 떠올라 올해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KT&G의 2019년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10%가량 상승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9657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늘었고, 영업이익 또한 10.1% 증가한 1조381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매출(전체의 60%)과 영업이익(83%)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다.

국내의 경우, 궐련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신제품들이 안착하면서 점유율은 전년 62.0%에서 63.5%로 늘었다. 당초 목표했던 62.5%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담배냄새를 꺼리는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 KT&G는 지난해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 ‘레종 휘바’ 등 냄새저감형 제품을 집중 선보였고,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일평균 7만갑 이상 팔리며 흡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릴’ 역시 ‘핏(Fiit)’과 ‘믹스(MIIX)’, ‘시드(SiiD)’ 등 전용스틱의 꾸준한 신제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은 물론, 전국 66개의 A/S(사후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찾아가는 A/S’ 등 사용자 편의를 더욱 강화하면서 시장점유율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0%대(편의점 기준)까지 올랐다.

해외 담배사업은 가장 수요가 많은 중동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법인에서 최대 실적을 올렸고, 나이지리아·과테말라·몽골 등 신규시장에서의 궐련담배 수출이 확대돼 전년보다 9%가량 성장했다.

KT&G 관계자는 “담배사업을 중심으로 자회사인 KGC인삼공사와 부동산 등 기타사업 모두 성과가 양호했다”고 밝혔다.

KT&G는 이 같은 성장세를 올해에도 이어가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올 초 글로벌 담배 브랜드 1위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릴의 해외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담배 시장규모(궐련형)는 2018년 119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23년 351억달러(41조3000억원)며, 앞으로 5년간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KT&G는 글로벌 전자담배의 높은 시장 가능성을 보고, 자체 개발한 릴을 앞세워 대형 국제박람회 참가를 통해 해외 바이어·소비자들에게 선보이며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

KT&G는 해외에도 차별화한 기술력은 충분히 통한다고 확신이 있었다. 다만, 릴의 낮은 인지도와 유통망 확보는 최대 과제였다. KT&G는 고민 끝에 글로벌 담배 최대 브랜드 PMI의 마케팅·유통인프라를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수차례 협의 끝에 지난달 말 양사는 전략적 동맹을 맺게 됐다.

임왕섭 KT&G NGP(차세대담배) 사업단장은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KT&G는 PMI보다 글로벌 역량이 아직 낮기 때문에, 독자 진출하는 것보다 PMI의 유통망을 활용해 진출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T&G는 연내에 PMI의 유통망을 통해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 주요 국가에 릴을 선보일 계획이다. 제품명은 릴에 PMI의 아이코스(IQOS)의 보증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KT&G와 PMI는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성장 가능성을 살펴보며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판매국을 발표할 방침이다. 업계는 전자담배시장 규모가 가장 큰 일본이 릴의 첫 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G는 PMI와의 제휴를 동력 삼아 2025년까지 ‘Global Big4(글로벌 빅4)’ 담배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에는 릴의 해외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와 공격적인 신시장 개척으로, 진출시장 수를 80여개국에서 100여개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도 릴의 해외시장 진출이 올해 KT&G의 성장세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조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PMI와의 협업은 릴의 뛰어난 기술력 대비 판매채널이 취약한 단점을 보완해주고 브랜드 파워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PMI의 경우 50여개국에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KT&G의 릴 판로가 확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