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정유업계 신음…실적 악영향 불가피
'코로나19 장기화' 정유업계 신음…실적 악영향 불가피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2.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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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세 이어져…50달러선 무너지기도
사스보다 더 악화…"당분간 어려움 지속 전망"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업황 불황으로 실적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실적 개선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정제 마진 하락으로 고전하는 와중에 코로나19 충격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감소 등 잇단 악재를 맞아 실적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6% 하락한 1조2693억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87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7% 줄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9.8% 줄었고,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매출은 21조1168억원, 영업이익 52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8%, 21% 감소했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 18일 기준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2.05달러(6만2400원)를 기록했다. 지난 10일에는 5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로 한때 국제유가가 60달러 선으로 상승하기로 했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다시 하락한 것이다.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유가 변동과 맞물린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늘어난다. 정제 마진 하락으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한 정유업계는 연초부터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의 석유 소비가 줄어 국내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고,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20%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여객기 운항이 크게 감소해 항공유 수요도 줄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의 전반적인 소비 둔화로 국내 정유업계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이달 석유소비는 일평균 300∼40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년 대비 25% 이상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 활동 차질에 따른 수요 저하 등에 기인한 항공유 등 수송용 소비가 급감해 소형 민간 정유사와 국영 정유사 가동 축소로 일산(하루생산량) 180만∼200만배럴 생산이 감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지난 2003년 당시보다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의 약 15%를 차지해 지난 2003년 7%보다 두 배 이상 비중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석유제품 수요 감소가 유가와 정제마진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정유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