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간공사 현장에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왜?
[기자수첩] 민간공사 현장에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왜?
  • 임창무 기자
  • 승인 2020.02.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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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역 앞에서 민간개발사 A산업이 일반상업지역 1만2491㎡(2600평)의 부지에 공동주택 사업을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19일 새벽 5시30분 무렵 일산역으로 향하던 기자는 빨간 머리띠를 두른 수많은 인파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하는 의혹이 일었다. 잠시후 6시 20분, 일산역 앞으로의 통행이 차단됐다고 경찰관이 차량 진행을 막고 서 있어 차에서 내려 현장을 바라보니 아뿔싸, 거대한 덤프 2대가 2차선 도로를 차단시키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확성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노조의 요구가 뭔지는 자세히 들리지는 않아도 이렇게 많은 노조원들이 이처럼 작은 2000여평 남짓하는 공사현장으로 집결됐을 때에는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혹 공사현장의 인부라도 사망한 것인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생겨 배치된 경찰관에게 확인해 보니 ‘노조 측이 외국인 근로자를 불법으로 채용하지 말고 건설노조원들인 내국인을 직접 채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도 얼마나 아쉬우면 이 새벽에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길로 나왔을까 하는 측은지심이 생긴다. 한편으로는 이들을 고용하지 못하는 시공사측의 속내는 얼마나 타고 있을지, 이들의 중재를 도울 고양시청과 고용노동부의 심사는 어떠할지 사뭇 궁금하다.

현장 관계자는 노조측 폭행으로 지난 17일 김모(28)씨 등 3명이 다쳐 입원치료 등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다친 사람들도 다 한 가정의 가장이요, 가정의 귀한 자식임이 틀림없을 텐데 하는 씁쓸한 마음이 앞서는 가운데 또 다른 경찰관 한 명은 이런 말을 건냈다.

“공사현장이 멈춰 섰어요. 집회하고 있는 노조측에서 출근 근로자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출근했던 근로자 대다수가 집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큰일이다. 이처럼 작은 현장에서 수십명의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져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현장 관계자는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측은 집회신고구역이 아닌 4개의 게이트(현장은 동서남북, 4방향의 진출입구가 있음)를 모두 봉쇄하고 현장의 출입을 막고 있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고, 노조가 주장하는 불법채용은 애당초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노조측은 해산안내 방송에서 A산업(주) 본사로 집회 장소를 옮겨 집회를 계속한다고 한다. 전국건설노조 측의 입장을 듣고 자 전화를 했지만 취재를 거절한다는 답변이 왔다. 잘 풀릴 수 있는 봄이 오고 있는데 현장의 바람은 삭풍이 불지도 모를 상황이라 지역민으로 우려가 깊어짐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좋은 대안이 도출되길 바란다.

[신아일보] 고양/임창무 기자

ic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