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 국토가 부동산 규제 지역 될라
[기자수첩] 전 국토가 부동산 규제 지역 될라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2.1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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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면 튀어나오고, 또 누르면 다시 튀어나온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풍선효과'라는 표현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집값 잡기'가 그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통해 시장 과열을 막으려고 지정한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 25개구와 경기도 과천, 성남 등 전국적으로 39곳에 달한다. 여기에 당장 20일로 예정된 정부 추가 대책 발표에서 최근 집값 급등세를 보이는 수원 권선구와 영통구, 장안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정책이 집값 안정화를 향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방법이 너무 규제 일변도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규제에 도통 어느 지역에 어떤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전문가들도 헷갈릴 정도다. 이쯤 되면 규제 자체로 시장을 통제한다기보다 '불안감을 높여 집 사는 것을 무섭게 하려는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나마도 이런 무서움을 실제 주택 시장을 달구는 투기 세력이 느끼면 좀 낫다. 그러나 전문가보다 더 전문가인 투기 세력은 정부와 규제 피하기 게임을 하듯 이곳저곳을 다니며 주택시장을 흔들어 놓는 모습이다.

반면, 정부가 보호하겠다는 서민·실수요층은 도대체 정부 규제가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규제가 겹겹이 쌓여 정말 집이 필요한 이들조차 '집을 사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막상 사려고 해도 집값이 싸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규제를 피해 여기저기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로 인해 그동안 조용하던 지역까지 출렁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수도권 웬만한 지역은 과열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됐고, 지방 주요 도시의 집값도 기회만 되면 튀어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풍선효과를 넘어 두더지 게임을 하듯 규제와 과열이 빠르게 반복되는 양상이다.

기자가 살던 대전은 지방 광역시 중에도 집값이 비교적 안정적인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전국에서 집값 상승세가 가장 강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누가 그렇게 집값을 올리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규제 정책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몸이 아프면 약을 쓰듯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효과가 있었느냐다.

수도권 공급 확대 정책을 함께 가져간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규제가 가져온 역효과가 더 큰 상황이다.

잘 듣지 않는 약을 계속 먹으면 병원균의 면역력만 키울 뿐이다. 덕지덕지 붙여 바르는 듯한 지금의 부동산 규제 방식 또한 주택시장 불안 요인의 면역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러다가 전 국토가 규제 지역으로 묶이는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