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스크린독과점에 상영의 빛을 잃은 ‘영화계 반지하’
[e-런저런] 스크린독과점에 상영의 빛을 잃은 ‘영화계 반지하’
  • 신아일보
  • 승인 2020.02.19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나리오 작성에서 투자, 제작까지 한 편의 영화는 각 단계마다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완성된다. 하지만 힘겹게 완성된 영화들도 극장 상영의 빛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채 교차상영 되거나 조기에 내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영화의 재미와 질이 낮아 관객에게 외면 받는 경우도 있지만, 우수한 작품성과 호평에도 불구하고 거대자본이 투입된 영화에 밀려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14일 개봉한 독립영화 ‘윤희에게’가 이에 해당된다. 해당 영화는 개봉 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선전했다. 관람객 평점(2020년 2월18일 네이버 기준)이 9.20점인 것만 보더라도 대중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11월21일 개봉 첫날 극장 점유율 63%를 기록한 ‘겨울왕국2’ 등장과 동시에 영화의 상영 횟수가 5분의 1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기회를, 배우와 제작자들은 힘들게 만든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잃었다.

당시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라고 지적하며 “지속 가능한 한국 영화 생태계를 위해 정부, 국회, 영화진흥위원회가 함께 (스크린독과점)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제화를 진행해 줄 것으로 요구해왔으나, 개선되지 못하는 현실에 또 한 번 동시기 개봉한 한국영화들은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스크린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 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소규모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 개성 강하고 실험적인 영화가 제작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이는 색다른 시각을 가진 신인 감독들이 데뷔할 기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 영화의 기반 자체가 약해지는 셈이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영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지금이야 말로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할 다음 작품을 위해 볕도 잘 들고 자양분도 풍부한 토양을 마련해야 할 때다.

master@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