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시대 따라 변하는 색의 정치학… 의미와 역사
[이슈분석] 시대 따라 변하는 색의 정치학… 의미와 역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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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보수와 녹색 진보… 87년 대선부터 상징색 부각
상징색, 정당 이념·정체성 보여줘… 색상 두고 논쟁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미래통합당 핑크 수건을 펼치며 합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미래통합당 핑크 수건을 펼치며 합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정당의 상징색도 눈길을 끈다. 정치권에서 색은 이념을 상징한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4·15 총선에선 유권자가 어느 색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7일 오전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겉옷을 입고 다녔던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보수진영이 미래통합당으로 뭉친 후 진분홍색 겉옷을 입고 최고위원회의에 나섰다. 18일 열린 첫 의원총회에선 연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정치에서 색은 정당의 정체성은 물론 이념적 동질감을 확인시키고, 지지자를 규합하기도 한다. 또 의회정치 활동과 선거 과정에선 피아 식별의 잣대이기도 하다. 또 말보다 특정한 상징을 지닌 색 하나로 정치적 전언(메시지)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다. 실제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017년 4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선거 벽보에서 정당명을 뺐다. '당의 상징인 초록색만 있으면 모두 알아볼 수 있다'는 게 국민의당 설명이었다.

색의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87년 13대 대선 때부터다. 보수여당 민주정의당은 연한 파란색을 썼고, 진보야당 평화민주당은 노란색을 상징으로 했다. 이후 파란색은 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줄곧 보수를 상징했고, 민주당 계통 정당은 초록색과 노란색을 번갈아 사용했다.

극적 변화가 나타난 건 2012년 18대 대선 때부터다. 한나라당은 대선 전 관념·심상을 바꾸기 위해 정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터부시하던 붉은 색을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반대로 민주통합당은 2013년 5월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파란색으로 갈아입으며 중도성을 더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총선에서 활악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녹색 돌풍'이라고 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개혁보수의 꿈을 안고 2017년 출범한 바른정당은 국민을 하늘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당 상징색을 하늘색으로 했다.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바른미래당은 각 당의 상징인 녹색과 하늘색을 섞은 청록색을 당 상징색으로 결정했다. 정의당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봄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을 선택했다. 반공·애국을 지향하는 우리공화당은 최근 상징색을 새마을운동 때 사용한 초록색으로 확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대전 동구 선샤인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전시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대전 동구 선샤인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전시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정치에서 색은 곧 당을 상징하면서 최근에는 이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 측은 당 상징색을 주황색으로 쓰기로 하면서 지난 3년간 사용했던 민중당과 부딪혔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주황색은 원내정당인 민중당이 3년째 사용 중인 색임에도 국민당(국민의당)은 단 한 마디의 상의나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당색을) 결정하고 선포했다"고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3년 만에 뭉친 미래통합당은 당 상징색으로 '해피 핑크'라는 진분홍을 택했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유전자가 깨끗함을 상징하는 흰색에 떨어져 국민의 가슴에 번져가고, 이것이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해피 핑크'라는 게 통합당 설명이다.

통합당 안팎에선 당초 '밀레니엄 핑크'라는 진분홍을 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다만 홍보 전문가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이를 두고 "밀레니엄 핑크는 누군가 이름 붙인 조어로 그 농도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굳이 어려운 영어 쓰지 마시고 차라리 예쁘고 쉬운 우리말을 쓰라"고 비꼬기도 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