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현 '웃고', 김연수 '울고'…농기계 쌍두마차 실적 '희비'
원유현 '웃고', 김연수 '울고'…농기계 쌍두마차 실적 '희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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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공업, 북미·내수시장 신장…작년 3분기에 전년 실적 이미 넘어
LS엠트론, 영업손실 805억원으로 대폭 늘어…매출 6년 새 '반토막'
원유현 대동공업 총괄사장(좌)과 김연수 LS엠트론 대표(우). (사진=각각 대동공업, LS엠트론)
원유현 대동공업 총괄사장(좌)과 김연수 LS엠트론 대표(우). (사진=각각 대동공업, LS엠트론)

국내 농기계 업계 쌍두마차 ‘대동공업’과 ‘LS엠트론’은 지난해 실적을 두고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대동공업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뛰어넘었고, LS엠트론은 8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동공업의 새 수장이 된 원유현 사장은 힘을 받는 반면, 김연수 LS엠트론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동공업과 LS엠트론의 지난해 실적은 예상 외로 큰 차이를 보였다. 대동공업은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다음 달로 예정됐으나, 이미 지난해 3분기 때 전년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했다.

실제 2019년 3분기 누적매출은 53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의 3763억원은 물론 전년 총매출 4758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5% 대폭 증가했다. 지난 2016~2018년까지 3년간 매출액은 4600억원대 전후로 정체됐으나, 2019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동공업의 호실적은 주력시장인 북미지역과 내수에서의 지속적인 신장 덕분으로 분석된다.

대동공업 북미법인 2019년 3분기 누적매출은 2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815억원보다 22% 성장했다.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딜러 대상의 자체 도매할부금융(In-House Financing) 서비스를 도입하고, 주력인 60마력대 이하 트랙터 라인업을 강화했다. 업계 처음으로 캐나다에 법인을 설립해 트랙터 등 현지 수요가 높은 농기계를 중심으로 마케팅도 활발히 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국내 농기계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에서도 내수 매출도 끌어올렸다.

대동공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대형·경제형 농기계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는 한편, 전국 8도에 직영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그 결과 3분기 내수분야 누계매출은 23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가량 신장했다.

대동공업의 이 같은 성과는 원유현 총괄사장이 구상하는 신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원 사장은 삼성물산과 KTF를 거쳐 KT 경영전략실 부장과 미래융합사업추진실 상무를 역임하고, 지난해 대동공업 전략기획부문장(전무)을 맡으며 대동공업의 경영전략을 확립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대동공업이 보유한 농기계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제로턴모어(승용잔디깎기)·친환경 자율 전기차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인정받아 올 1월1일 대동공업 총괄사장으로 임명됐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올해 직진자율이앙기 등 스마트 농기계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미래농업을 선도하기 위해 무인자율트랙터와 1톤(t) 전기·하이브리드 트럭, 전기 다목적 운반차 개발, 제주 ‘에코팜 시티’ 스마트팜 건립 등 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S엠트론은 대동공업과 달리 실적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8600억원으로 전년보다 7.5% 줄었다.

영업손실은 805억원에 이른다. 전년의 176억원 손실보다 630여억원 정도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이는 모기업인 LS그룹의 영업이익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LS그룹의 2019년 영업이익은 3520억원으로 전년의 5151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LS엠트론은 2013년만 하더라도 매출액은 1조8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6년 1조18억원에서 2018년 9300억원으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6년 만에 매출액은 절반 이상 줄면서 LS그룹의 ‘걱정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이 같은 부진에 대해 LS엠트론 관계자는 “주력사업인 트랙터에서 적자를 낸 것이 주 이유”라며 “내수 판매가 정체된 가운데, 미국시장에서는 성과를 거뒀으나 중국·브라질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 현지 시장침체로 판매가 부진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관련업계는 LS엠트론이 직전 사업연도에 차입금을 줄이고자 수익성이 좋았던 동박·박막사업과 자동차부품 사업부, 출자법인인 LS오토모티브 등을 매각한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LS엠트론의 지속된 부진은 김연수 대표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수 대표는 2017년 1월 LS엠트론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3년간 LS엠트론을 이끌었지만 눈에 띌만한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LS그룹 인사 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김 대표는 유임됐다.

LS엠트론은 올해 실적개선을 위해 주력사업인 트랙터 부문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사업본부 조직을 구성하고, 김연수 대표가 트랙터사업본부장을 겸임해 직접 챙길 방침이다.

특히 다목적 트랙터 MT4와 세계 최초 전동식 파워시프트 장착한 XP 등 신제품 라인업을 대폭 늘리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경제형 모델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본사 차원에서 대리점 교육을 진행해 실수요자에 대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자율주행트랙터를 올해 출시하고, 농기계 원격진단 서비스도 오는 4월에 첫 선을 보이는 등 미래 농기계시장 선도에도 나선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트랙터 사업 역량을 한층 높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해 실적 개선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