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갈등 속 추미애 “잘못된 수사 관행 고쳐야”
법무부-검찰 갈등 속 추미애 “잘못된 수사 관행 고쳐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2.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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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 신청사 개관식서 밝혀... 수사·기소 분리엔 침묵
17일 전주지검 신청사 개관식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17일 전주지검 신청사 개관식에 참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힌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17일 전주지방검찰청 신청사 개관식에 참석한 추 장관은 “검찰 개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법률 개정 또는 조직 개편과 같은 거창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 검찰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피력했다.

이어 추 장관은 “검찰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염두에 두고 검찰권 행사에 있어 인권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법무부는 심야 조사와 장시간 조사 제한, 피의사실 공표 및 포토라인 관행 개선 등 규정을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 참여권을 모든 사건 관계인에게 확대하고 공소장 제출 및 공개 방식 개선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20대 취업준비생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들며 “검찰은 정치적 사건 못지 않게 여성, 청소년, 장애인 등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법무부는 형사부와 공판부의 역량을 강화했고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날 추 장관이 최근 윤 총장이 반대한 검찰 수사·기소 분리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검찰에 잘못된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윤 총장에 재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검찰 수사·기소 분리안은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 검찰 내부적 통제 장치의 일환으로 현재 법무부가 검토 중인 사안이다. 검찰 내부에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다르게 하면 수사에 대한 중립성과 객관성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생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대기류가 형성됐고 윤 총장은 전날 “수사와 기소는 헌덩어리”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검찰 수사·기소 분리안을 두고 법무부가 한발 물러서 타협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추 장관이 법무부의 의견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로 “잘못된 수사 관행은 고쳐야 한다”고 받아친 데 따라 상황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법무부는 오는 21일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안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때 윤 총장은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주재하는 검사장 회의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가 검찰총장 없이 검사장 회의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악화한 상황에서도 전국 검사장 회의를 진행하는 건 검찰 수사·기소 분리안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추 장관의 의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법무부가 검찰 수사·기소 분리안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 측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지 주목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