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본 건설업 감염병 대응력…"시공자 피해보상 규정 허술"
코로나19로 본 건설업 감염병 대응력…"시공자 피해보상 규정 허술"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02.17 14: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약서상 불가항력 사유 '전염병 범위' 애매모호
발주자, 공기 연장·공사비 증액 회피 소지 다분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교대역을 이동 중인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교대역을 이동 중인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코로나19 국내 확산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건설산업연구원이 전염병 대응 차원에서 국내 건설산업 제도가 가진 허술함을 지적했다. 계약서에 불가항력 사유로 명시된 전염병 범위가 명확치 않고, 발주자가 전염병 발생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을 회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전영준 연구위원과 정광복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본 건설제도 개선 검토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염병 관련 건설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제조업과 여행업 등 서비스업은 물론 건설산업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산업은 사업 구조상 다중이용시설과 마찬가지로 단일 사업장 내 다수 인원이 출입해 감염 유입 및 확산이 쉽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건설현장에는 중국인을 포함한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어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부처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염병과 관련한 근본적인 건설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공사계약일반조건' 및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불가항력 사유로 명시된 '전염병'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계약서상 전염병의 정의와 범위가 규정되지 않아 전염병 발생이 현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 유무를 계약상대자가 규명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다툼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염병 범위를 '제1급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감염병 발생으로 '경계' 이상 위기경보가 발령됐을 때로 규정하는 등 구체화 할 것을 요구했다.
 
또, 보고서는 발주기관이 전염병 발생에 따른 계약 기간 연장 및 공사기간 연장 등에 대한 비용 지급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명확하게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공사 개학일 준수 등 발주자의 어쩔 수 없는 사유로 돌관공사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공사 일시 중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주자의 중지 지시 의무 및 이에 따른 공사기간·공사비 변경 규정을 상세히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공공공사가 코로나19에 따른 계약 상대자 피해 방지 치침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민간공사는 이런 방안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민간공사의 경우 표준도급계약서에 돌관공사에 대한 규정이 없고, 대부분 총액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계약 상대자가 감염병 등 불가항력 사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령 개정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마스크 등을 산업안전보건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영준 연구위원은 "정부 및 건설업계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건설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더욱 세밀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