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대 법대 교수, 시진핑 비판 글 기고 ‘연락두절’
칭화대 법대 교수, 시진핑 비판 글 기고 ‘연락두절’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17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사태 관련 중국 정부 대응 비판 글 기고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경고했지만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처벌당한 바 있는 중국 의사 리원량 사망을 애도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처음 경고했지만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처벌당한 바 있는 중국 의사 리원량 사망을 애도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정부 실태를 비판했던 시민기자 2명이 사라진 데 이어 당국의 대응을 비판한 저명교수도 연락이 두절됐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을 공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한 현직 대학교수 쉬장룬의 소식이 끊겨 그의 친구들이 찾고 있다고 17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옵서버는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 법대 교수인 쉬장룬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올린 글은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며 “틀림없이 이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쉬장룬은 마지막 글에서 1년여 전에도 시 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자유를 제약당한 적이 있다”며 “직무 정지와 교수직을 박탈”당한 경험을 털어놨다고 알려졌다. 

옵서버에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쉬장룬이 최근 여러 해외 웨사이트를 통해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고 전한 바 있다. 쉬장룬은 이 글에서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조기 대응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중국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쉬장룬은 다른 지식인 수백 명과 함께 최근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를 수용하라며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서명했다. 

옵서버는 쉬장룬의 지인들은 이와 같이 중국 정부와 시 주석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 뒤 그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책 계정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일 동안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그의 지인들은 쉬장룬이 다른 곳에 구금당한 것은 아니고 베이징 자택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옵서버 또한 쉬장룬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쉬장룬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삭제된 상태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으로 알려진 ‘바이두’에서조차 수년 전 올린 몇 개의 기고 글만 남아있다. 이처럼 쉬장룬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최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검열을 강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편, 쉬장룬에 앞서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의 처절한 실태를 고발하고 중국 당국의 대응을 비판한 변호사 출신의 시민기자 천추스가 지난 6일부터 연락이 끊겼다.

더욱이 의류 판매업자 출신의 시민기자인 팡빈 또한 우한의 한 병원 밖에서 시신 포대가 가득한 승합차 영상 및 독재 비판 영상 등을 올린 후 실종됐다. 

이들 시민기자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처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외부로 알린 의사 리원량이 유언비어 유포자로 지목돼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리원량은 우한의 암울한 현실 속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돼 결국 사망했고 중국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