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의혹’ 임성근 1심서 무죄… “직권남용 아니다”
‘재판 개입 의혹’ 임성근 1심서 무죄… “직권남용 아니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2.14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성근 부장판사 1심 무죄. (사진=연합뉴스)
임성근 부장판사 1심 무죄.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따르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던 2015년 전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해 청와대 입장이 반영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담당 사건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이전 재판 과정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한 기사가 허위라는 중간 판단을 밝히도록 했다고 봤다.

또 판결을 선고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에게 법리적인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되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며 질책하는 내용을 구술하도록 했다고 파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와 관련한 사건 판결에 대해서도 판결 내용을 수정하도록 재판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들을 정식재판에 넘기려는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고 약식명령으로 사건을 종결하도록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이런 행위들은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등을 검토하면 사법행정권자는 일선 재판부의 ‘재판 업무’에 관해서는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없고 오히려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로 직권남용의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불리하게 죄의 구성 요건을 확장 해석하는 것의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각 재판관여 행위는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수석부장판사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가 공소사실대로 각각의 재판관여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로 인해 ‘의무 없는 일’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의 지시대로 실제 재판 절차가 바뀌고 판결 내용이 수정됐지만 이것은 임 부장판사의 지시때문이라기 보다 각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합의 과정을 거쳐 독립적으로 내린 결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임 부장판사의 부적절한 재판 관여로 평가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도 무죄를 선고한 데 따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이 일 수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사법농단과 관련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