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회부’vs‘6자회담 무력화’
안보리‘회부’vs‘6자회담 무력화’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4.0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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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기 싸움’불가피…동북아 정세 변화 예고
중·러‘신중론’유지…북한 손 들어주는 모양새

북한이 5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함에 따라 향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변화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일은 북한의 로켓 발사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반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할 경우 6자회담을 무력화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한과 한.미.일의 '기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할 경우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 북미 대화 재개가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유엔 안보리 '회부' vs '논의시 6자회담 무력화' 한·미·일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추진체 원리가 같기 때문에 '탄도 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프로그램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위배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제1718호를 실효성 있게 강화하고 북한 기업 등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새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미 정상은 지난 2일 런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6자회담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발사하는 것이 위성일 경우 대북 제재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안보리 결의 여부는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로켓 발사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6자회담을 무력화하겠다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엔 안보리 이름으로 위성 발사를 제재할 경우 이는 9·19공동성명을 부인하는 것이고 성명이 파기되면 6자회담은 더 존재할 기초도, 의의도 없어지게 된다"며 6자회담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진 ▲북한 미사일·우주발사체 전략물자 수출입 통제품목 확대 ▲금융 제재 대상자 리스트 선정 ▲화물 검색·통제 구체화 등은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당분간 불안정하게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美, 제재·대화 '당근과 채찍' 병행…6자회담 고수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로켓 발사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언제든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4일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재고할 것을 희망한다"면서도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은 가능한 조속히 6자회담 협상장으로 되돌아오는 장기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특히 "우리는 북한과 양자 접촉을 계속할 것이고 어느 때라도 대화 채널을 열 준비가 돼 있다"며 "유용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언급, 북·미 양자 대화 및 방북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관련,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1차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대화로 이어진 전례를 보면 꼭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2006년 7월5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는 같은달 1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지를 요구하는 결의안 제1695호를 채택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6자회담이 개최된 바 있다.

◇중·러, 北 우방국 재확인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평화적 우주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면 위성 발사 제재에 대한 '신중론'을 유지함으로써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러는 북한의 우방국으로 '편'을 들어주는 상황이 발생, 한·미·일과 북·중·러가 미묘한 대결 구도를 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국가가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형평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과론적으로 북한의 우방국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이 같은 구도가 지속될 경우 한·미·일과 북·중/러간 미묘한 대결 구도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