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운동선수 14% 성폭력 피해… “알려지면 불이익”
여성장애인 운동선수 14% 성폭력 피해… “알려지면 불이익”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2.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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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선수도 7.8% 성폭력… 가해자 대부분 동료·후배
장애인 운동선수 성폭력 피해 심각. (사진=연합뉴스)
장애인 운동선수 성폭력 피해 심각. (사진=연합뉴스)

장애인 운동선수 성폭력 피해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피해 사실은 무시당하거나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실제 2차 불이익을 받는 것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0월 1055명의 중·고등, 성인 장애인 체육선수를 대상으로 설문 또는 면접 등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장애인 선수 22.2%가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 등을 경험했고 9.2%는 언어나 육체적 성희롱, 성폭행 등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로는 여성 장애인 선수의 13.6%가 성폭력을 경험했고 남성 장애인 선수도 7.8%가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왔다.

가해자는 동료·후배 선수가 40.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선배선수가 34.3%로 뒤를 이었다. 감독·코치는 25.2%였다. 피해 장소는 훈련장(41.3%), 경기장(28.0%), 회식 자리(18.2%) 순으로 성폭력은 훈련장에서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성폭력 상황에 대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어도 의견을 무시당하기 일쑤고, 접촉을 원하지 않아도 지도를 받아야하는 입장에서 ‘하지 말라’고 섣불리 말할 수도 없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의 50.0%가 이런 이유로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39.4%)’가 가장 많았다.

장애인 선수들의 폭력 피해도 상당했다. 10명 중 2명은 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84.5%가 피해 사실을 주변이나 외부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38.1%)’, ‘얘기하면 선수 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22.4%)’가 그 이유였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위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와 같은 결과다.

실제 내·외부 기관이나 지도자 등에게 폭력 피해로 인해 도움을 요청한 경우 67.3%는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및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의 장애 감수성·인권 교육 의무화,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 정책개선 대안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