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결국 국민 스스로 바로잡아야 할 주택 시장
[기자수첩] 결국 국민 스스로 바로잡아야 할 주택 시장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2.13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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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분양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줍줍(무순위 청약)이 평균 경쟁률 1618대 1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청약이 취소되거나 미분양된 42가구에 무려 6만7965명이나 눈독 들인 것이다.

이 단지 무순위 청약에 도전했다는 A 씨는 3시간 동안 서버가 다운돼 결국 청약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했느냐는 A 씨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청약 사이트를 클릭하는 내내 이 단지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첨되면 무조건 로또'라는 청약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 혹은 실수요자들까지 부동산 투기에 가담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국토부가 관계부처와 합동조사팀을 꾸려 진행한 서울 지역 이상 거래 조사 결과도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조사 대상이 된 1333건 중에서 가족 간 이자 없이 금전을 거래한 경우 등 670건의 탈세 의심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탈세 의심 적발 건수를 거래 금액별로 보면 9억원 이상이 267건, 6~9억원의 중저가 거래가 200건, 6억원 미만 거래가 200건이었다. 금액대와 관계없이 서울에서만 수백 건의 이상 거래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서울 지역에 규제가 집중되자 수도권 비규제지역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역시 비규제지역이어서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짧은 데다,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과도하게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봤다.

정부가 지금까지 1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법망을 피한 편법증여 등의 불법적인 행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는데도 부동산 투기는 또다시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더욱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은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였고, 가격을 출렁이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을 역류하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결국 정부 힘으로 건전한 주택 시장, 안정적인 주택 시장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민적 의식 수준이 항상 정부의 근시안적 시각을 앞질러 갔듯 부동산 시장에서도 국민이 주도하는 의식 개선이 일어나야 한다. 어설픈 정부 정책과 일부의 한탕주의 사고에 휘둘리면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부동산을 구매하는 목적이 정말 필요한 투자인지 갭투자라는 명목의 투기인지 우리 자신도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로운 투자로 해석하기에는 주택 시장이 너무 왜곡돼 있다.

10년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다는 '집'. 집의 장벽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을 낮춘 것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가장 크게 있지만,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다. 국민 스스로가 집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정립하고, 그에 맞는 변화를 추구할 때 왜곡된 시장도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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