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실장, 화이트리스트 파기환송…강요죄 무죄
김기춘 전 실장, 화이트리스트 파기환송…강요죄 무죄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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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인정…강요죄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보수단체 불법 지원)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상고심에서 강요죄 부분을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다만 강요죄 부분은 무죄로 인정됐지만 이번 상고심 재판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던 직권남용죄는 유죄가 인정됐다. 

13일 주심 민유숙 대법관 심리로 열린 대법원 3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 등의 상고심에서 강요죄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2016년 친정부 성향을 가진 보수단체에 69억 원을 지원하도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압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번 대법원 심리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직권남용죄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됐지만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자금지원 요구가(전경련 지원금) 강요죄가 성립될 만큼의 협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청와대에 소속된 정부 공무원들이 전경련이 지원한 보수단체 자금지원 현황을 확인한 행위가 의사 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압박한 것(해악의 고지)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 관계자들의 진술이 주관적이지만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판결을 내릴 시 직권남용죄 부분에 대해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 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화이트리스트(보수단체 불법 지원) 사건은 두 가지 범죄성립 기준이 모두 성립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전경련에 특정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구한 행위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전경련 부회장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전경련의 해당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 전 실장은 화이트리스트 사건 뿐 아니라 블랙리스트 모두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는다.  

김 전 실장은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한편, 김 전 실장과 함께 화이트리스트 상고심 선고를 받은 조윤선 전 청와대 실장은 1심에서는 징역 1년6개월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과 함께 조 전 장관 또한 이번 판결로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