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필리핀 방문군 협정 종료에 “개의치 않는다, 돈절감 될 것”
트럼프, 필리핀 방문군 협정 종료에 “개의치 않는다, 돈절감 될 것”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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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마약전쟁’ 지휘 전 경찰청장 미국 비자취소 결정적 계기
에스퍼 국방장관 “유감스럽다” “잘못된 방향” 실제 종료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군사협정을 맺고 있는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아가 미군철수 등을 언급하며 오랜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닌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전날 미·필리핀 합동군사훈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VFA(방문군 협정)를 종료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1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필리핀이 미·필리핀 합동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VFA(방문군 협정)를 종료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13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전날 조치(VFA 종료)와 관련 대통령으로 무엇을(필리핀을 설득)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나는 그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요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 뿐 아니라 주한미군 규모 축소 명분으로 제시해왔던 비용 문제를 필리핀과의 VFA 종료에서도 강조해 향후 한국과의 관계에서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반면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더욱이 에스퍼 국방장관은 필리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난하며 필리핀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 견해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나는 그런 결정을 매우 고맙게 여긴다. 우리는 많은 돈을 아끼게 될 것”이라며 재차 비용 문제를 강조했다. 또한 필리핀의 결정에 “크게 상관없다”는 듯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VFA가 실제 종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양국(미국·필리핀) 간 협정에 따라 필리핀이 미국에 VFA 종료를 통보해서 실제 종료가 선언되더라도 180일간은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당국자들은 필리핀의 이번 조치가 철회 혹은 지연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VFA는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7년 만인 1998년 군사훈련 등을 위해 필리핀에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하기 위해 체결된 바 있다. 

이후 필리핀에서 연례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 등이 진행됐다. 다만 VFA가 실제로 종료되더라도 양국이 체결한 상호방위조약(1951년)과 체결한 방위력협력확대협정(2014년)은 그대로 유지된다.  

앞서 필리핀이 VFA 종료를 통보하기까지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마약퇴치를 진두지휘했던 전 필리핀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가 취소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불사하며 마약 퇴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이 과정에서 초법적 처형을 저질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더욱이 그는 자국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 취소에 대한 항의와 반발차원에서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청 조차 거부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