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필리핀 ‘따알(Taal)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분출된 가운데, 수 만 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화산 폭발은 지난 1977년 마지막 분화 이후 43년 만이다. 따알 화산은 지난 1911년과 1965년 폭발했고, 각각 1300명, 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화산 폭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가짜뉴스와도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필리핀에선 당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급속히 퍼졌다.
가령, 화산 폭발이 지반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일부 지역의 쇼핑몰은 언제든 붕괴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또, 우주광선의 피해를 막으려면 휴대전화를 모두 꺼야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쇼핑몰을 가선 안 된다는 근거 없는 얘기는 주변 상권까지 피해를 끼쳤고, 휴대전화를 꺼야 한다는 괴소문은 소통을 단절시켰다.
화산이 폭발한 당일엔 화산 부근 15개 도시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다. 마스크는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효과 없는 가짜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필리핀 정부는 화산 폭발에 대응하고, 한편으론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는 생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현재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중국 내 사망자는 12일 현재 1113명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확진·사망자 증가세는 주춤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가짜뉴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를 예방책으로 마늘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도는가 하면, 마스크는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평소 가격의 10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판매업자까지 등장했다.
광고성 문자 메시지도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SNS를 통해 ‘우한폐렴 급속도 확산 감염자 및 신분정보 확인하기’라는 내용에 소액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 등은 혼란을 틈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잘 대응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긴급대응연구를 추진하고, 신속진단제 개발 등 감염증 추가 확산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부 등 정부 관계부처들은 과학기술을 활용해 예기치 못한 다양한 재난안전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관계부처는 기존 연구개발이 과제 기획부터 착수까지 1~2년이 소요되는 것과 달리, 기간을 대폭 단축해 문제발생 시 보다 신속한 연구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들 관계부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해 필요한 기술들을 신속히 개발하는 동시에,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현장에 공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계부처는 가짜뉴스 확산을 막는데도 소홀해선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개발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원흉이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양산하는 등 2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