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못 놓는 손학규… 바른미래, '老慾'에 껍데기만 남았다
당권 못 놓는 손학규… 바른미래, '老慾'에 껍데기만 남았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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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기득권 포기' 원칙 "통합" 외쳤는데
孫 "미래 세대에 주도권 넘겨줄 때까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과 면담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과 면담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생존을 위해 다시 뭉치려 했던 호남 지지 기반 3개 정당(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사퇴 거절로 통합 불발 위기에 놓였다. 정치권은 손 대표의 '노욕'으로 바른미래에선 2차 대거 탈당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손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 세대가 주체가 돼 낡은 정치구조를 개혁하는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제3지대 통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젊은 미래 세대가 우리 정치의 주역이 되도록, 그들에게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주도권을 넘겨줄 때 당 대표로서 저의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에는 자신을 향한 2선 후퇴 요구가 나온 것에 대해 "당 통합을 한 뒤 미래 세대와의 통합을 위해 내가 그 (통합당의) 대표 역할을 해야겠다는 얘기"라며 "3당 통합과 제 거취가 무슨 상관인가, 통합이 '당 대표 물러나라'가 돼선 안 된다"고 전했다.

앞서 옛 국민의당 계열 3당은 전날 조건 없는 통합에 합의했고, 바른미래 내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3당 통합을 위한 2선 후퇴'를 요구했다.

박 위원장과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 박주현 평화당 통합추진특별위원장은 당시 통합 원칙으로 '기득권 포기'를 내세웠지만, 손 대표가 당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면서 무색해졌다. 함께 2선 퇴진 명단에 오른 정동영 평화당 대표도 손 대표보다 먼저 나서 퇴진을 결단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일부 바른미래 소속 호남계 의원이 집단 탈당으로 나머지 두 당과 통합을 따로 추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바른미래에선 유승민·오신환 의원 등이 새로운보수당을 만들기 위해 떠난 것에 이어 이찬열·김관영·김성식 등 지역구 의원 3명도 연쇄 탈당이 나왔다.

손 대표는 의석 수가 20석에서 17석으로 줄며 교섭단체 권한이 붕괴하자 부랴부랴 '호남통합' 카드를 꺼냈다. 잔존한 호남계 지역구 의원 3인방(김동철·박주선·주승용)은 일단 탈당을 보류했지만, 동요하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집할 경우 의원총회를 열어 비례대표를 '셀프 제명' 후 호남계 지역구 의원도 탈당할 수도 있다. 의원 17명 중 7명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계열이기도 하다.

정치권은 바른미래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황에서 손 대표가 유일한 판돈인 당비 100억원을 들고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려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