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에어로졸 감염’ 우려…같은 아파트 100여 명 긴급 대피
홍콩서 ‘에어로졸 감염’ 우려…같은 아파트 100여 명 긴급 대피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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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구강 경로 전염’ 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경로 촉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홍콩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거주하던 건물의 파이프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던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는 병원균이 기체 중에 매우 미세한 액체나 고체 입자들이 분산돼 있는 부유물에 감염되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명보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홍콩 보건 당국과 경찰은 이날 새벽 홍콩 칭이 지역에 소재한 캉메이 아파트에서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1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주민 100여 명의 긴급 대피는 전날 홍콩 내 42번째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 환자로 추가된 환자가 이들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해왔고 42번째 환자는 지난달 30일 확진 환자로 판정된 12번째 환자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째 환자는 75세의 남성으로 13층에 거주 중이었고 42번째 환자는 62세 여성으로 3층에 살고 있어 10층의 간격으로 거주 중이던 주민 사이에 감염이 발생한 것은 배기관을 통한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 

이와 관련해 홍콩대 위안궈융 교수는 아파트를 직접 찾아 둘러 본 후에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다.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염병 권위자로 알려진 위안궈융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개조작업을 완료한 42번째 환자의 자택(3층) 화장실 배설물 파이프라인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아 환풍기를 틀었을 때 12번째 환자 자택(13층) 화장실에 남아있던 공기(바이러스 감염)가 배기관을 통해 이동했을 수 있다. 

위안궈융 교수는 “이로 인해 예방을 하기위해 아파트 소개(분산 시키거나 분리시키는 것) 조처를 하고 보건당국 관리·기술 인력이 비상 점검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긴급 대피한 주민은 확진 환자와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거주하는 32가구로 총 100여 명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들은 14일 동안 자가 격리될 예정으로 보건 당국의 비상 점검이 끝나고 배기관 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자택으로 귀가할 예정이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 중이던 주민 4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42번째 환자는 현재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42번째 환자와 동거 중인 아들·며느리 및 명절을 맞아 이들과 같이 식사를 한 아들의 장인은 이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조치됐다. 현재 홍콩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수는 49명으로 하루새 10명 넘게 추가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50여 명의 홍콩 주재 외국 총영사 및 기업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외국 정부들이 홍콩을 여행제한국으로 지정한 것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가 외국에 주문한 4000만 개의 마스크 중 300만개 밖에 도착하지 않았다.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며 개인 보호장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위안궈융 교수는 홍콩 아파트 배기관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 이번 사례에 대해 “2003년 ‘사스’ 대유행 당시 홍콩 타오다 아파트 사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스 당시 감염 증상이 있던 남성이 2003년 3월 14일, 19일 동생의 자택인 타오다 아파트에서 설사를 한 후 3월 26일부터 4월 21일까지 타오다 아파트에서 321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했고 42명이 숨졌다. 

당시 조사 결과에서 감염된 남성이 화장실을 사용한 후 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형성됐다고 전한 바 있다. 

반면 위안궈융 교수는 이번 캉메이 아파트 사례는 타오다 아파트와 달리 U자형 배관이 아니라 같은 사례로 보기는 힘들다 면서도 “아직 정확한 전염 경로를 알 수 없다. 비말, 접촉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염자가 기침을 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비말, 환자가 숨쉬며 내쉰 기체를 밀접한 위치에서 흡입했을 경우, 비말이 닿은 곳을 접촉했을 때 감염된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어로졸 감염 및 감염자의 대변 분비물→구강 전염 경로 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변→구강 경로 전염은 감염자의 대변 분비물에 잔존한 바이러스가 손이나 음식물 등을 거쳐 타인의 입으로 들어가 질병이 전파하는 것이다.

실제로 광둥성 선전시 제3 인민병원은 지난 1일 “병원 간질환 연구소가 신형코로나 확진 환자의 대변을 검사한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리보핵산(RNA)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해 대변→구강 경로 전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지난 3일 네이멍구 자치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확진 환자 바이씨는 발열 환자나 야생동물과 접촉한 적이 없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쑹씨의 윗집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대변→구강 경로 전염 혹은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상하이시 민정국 청췬 부국장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확정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경로는 직접 전파와 에어로졸 전파 및 접촉을 통한 전파”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아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감염이나 환자의 대변 분비물을 통한 경로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고 밝혀 이와 같은 주장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허보량 홍콩대 감염·전염병센터 의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대소변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잘 덮고, 매일 화장실 바닥 하수도로 물을 흘려보내 U자형 배관이 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