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하 여직원에 “‘살쪄, 그만 먹어’ 발언하면 성희롱”
법원, 부하 여직원에 “‘살쪄, 그만 먹어’ 발언하면 성희롱”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0.02.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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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살찐다고 그만 먹으라하면 성희롱.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여직원에 살찐다고 그만 먹으라하면 성희롱.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직장 상사가 부하 여직원에 살찐다며 “그만 먹어라”고 발언하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이 판결이 나왔다.

12월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에 따르면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회사 측에 수차례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꾸며 출장비를 타내고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등 징계 혐의로 해고됐다.

징계 혐의에서 A씨는 부하 여직원에게 “그만 먹어라, 살찐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옛 애인을 거론하며 “그 호텔 잘 있나 모르겠다”는 등 발언을 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사내 성희롱 사건을 두고 “남자직원이 술자리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일을 만들었다”고 말해 2차 가해를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 2심은 A씨의 징계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징계 수준이 적당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심은 이런 이유로 해고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이지 않고 같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인정된 경우 감봉이나 정직에 그친 사례도 발견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회사 측의 A씨 해고 조치는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살찐다는 등 외모에 관한 말을 수차례 반복적으로 했고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이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할 만큼 그 정도가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직원이 이런 말을 신체에 대한 조롱 또는 비하로 느꼈던 것으로 보이고, 옛 애인 이야기에도 성적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A씨의 발언을 두고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려 한 것으로 2차 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