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진, 중재‘제스처’로 끝났나?
민주 중진, 중재‘제스처’로 끝났나?
  • 양귀호기자
  • 승인 2009.04.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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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회동 갖고 “대단한 성과가 있었다” 자평
정세균, DY만나러 전주행…北로켓에 ‘급상경’

민주당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와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자 중진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요지부동 상태다.

김영진, 천정배, 이석현, 박상천, 문희상 의원 등 중진 의원 5명은 지난 3일 오전과 저녁 정 전 장관과 정세균 대표와 잇따라 회동을 갖고 "대단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사실상 갈등의 기류는 당 내외에서 더 증폭되는 모습이어서 이들의 중재가 '제스처'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석현 의원은 정 전 장관과의 회동에 대해 "당이 파탄나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며 "중재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양보시키고, 당이 파탄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나무라는 차원"이라고 말해 사실상 이들의 구체적인 '중재안'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정 대표와의 회동 역시 별 다른 상황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 대표는 중진들과 회동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더 할 얘기가 없다.

우리 당 중진들이 당을 걱정해서 많은 말씀을 해서 경청했다"며 구체적 회담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김영진 의원도 "위중한 정국에 당이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의 일치를 봤다"며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이 조속히 만나서 이런 문제를 대화로 매듭을 푸는 게 좋다고 간곡히 말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회동의 성과에 대해서도 양측 모두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당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이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의 형성이라고 밖엔 이날의 성과는 없는 셈이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5일 전주에 머무르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4·29 재보선 공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주에 갔다가 북한 로켓 발사 소식에 급히 서울로 되돌아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정 대표는 이날 원혜영 원내대표와 박병석 정책위의장, 강기정 대표비서실장, 김민석 최고위원과 아침 일찍부터 전주에 가서 정 전 장관과 회동 약속을 잡았으나 북한 로켓 발사 소식에 얼굴도 보지 못하고 긴급최고위원회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로 되돌아왔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전주 백양사에서 오후 1시에 보기로 하고 회동 장소로 가던 도중 회동을 취소하고 서울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무슨 의중을 갖고 갔는지에 대해 "대화하러 갔다"며 말을 아꼈지만 "공천을 주면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공천을 안 주면 불복하고 하는 것은 애초에 불복"이라며 사실상 '공천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정 전 장관 측과의 사전 약속도 없이 이뤄진 당 지도부의 이같은 '깜짝' 전주행은 사실 전날인 4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할 말이 있다"며 만남을 요청해 하루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