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심판론' 예민한 종로… 미시적 선거전략이 승패 좌우
[이슈분석] '심판론' 예민한 종로… 미시적 선거전략이 승패 좌우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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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종로, 16대 총선 이후 한 번도 여당 손 들어준 적 없어
창신·숭인·무악 등 진보세… 구기·평창·부암·교남은 보수 성향 강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심판론'에 예민한 곳이다. 거대 양당 대통령 선거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간 격돌이지만, 일부 정치권은 이들의 미시적 선거 전략에 따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승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일 역대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종로는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집권여당 후보자가 당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곳이다.

한때 보수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11~15대까지 연이어 보수진영 여당 후보가 종로를 차지했다. 하지만 15대 총선에서 종로를 차지한 이명박 당시 신한국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자진 사퇴한 후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당선했고, 종로는 16대 총선에서부터 계속해서 야당 후보 손을 들어줬다.

김대중 정부에서 치러진 16대 총선에선 정인봉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17·18대 총선에선 박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했다. 보수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선 정세균 후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치러진 20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했다.

주거지를 중심으로 보면 종로구의 동쪽 끝 창신1·2·3동과 숭인1·2동 등은 민주당 계열의 텃밭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호남향우회 등의 조직력이 막강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이명박 신한국당 후보가 당선했지만, 이 지역만큼은 이종찬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2500표 이상 앞섰다. 당시 야권이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분열 상태였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선방이다. 종로구 서쪽 끝인 인왕산 자락의 무악동도 아직 다가구주택에 사는 서민층이 많아 민주당 유리 지역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이승만 전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이승만 전 대통령 사저인 이화장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한민국 최고 부유층이 살고 있다고 꼽히는 구기동·평창동은 보수 성향 표심이 뚜렷한 지역이다. 특히 주거 형태를 보면 대부분 대형 평수의 빌라나 고급 단독 주택 위주다. 당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1만표 이상으로 따돌렸지만, 이 지역에선 열세였다. 부암동(법정동 부암·신영·홍지)과 교남동(법정동 교남·교북·송월·평·행촌·홍파)도 보수 성향이 강하다.

이번 4·15 총선의 승부처는 서대문구와 인접한 교남동이다. 오래된 소형 서민 가옥이 대부분이던 이 지역은 지난 2017년 2월 25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아직 총선이나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표심이 확인된 적 없다.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이 위치해 젊은 층이 많은 혜화동(법정동 명륜1~4가·혜화)의 표심이 어디로 기울지도 관심사다.

한편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11일 사흘째 민심 공략을 이어갔다. 이 전 총리는 '야권 심판'을 부각하며 여론 다지기에 나섰고, 황 대표는 '정권 심판'을 고리로 민심 흔들기에 나섰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