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황교안, 정치생명 걸었다… '대선 전초전' 누가 웃을까
이낙연-황교안, 정치생명 걸었다… '대선 전초전' 누가 웃을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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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종로 민심잡기 행보… 경복궁 두고 이낙연 좌측, 황교안 우측
종로, 대통령 배출만 3명… 당선자는 성공가도, 낙선자는 가시밭길
16대 총선 이후 여당서 당선 단 한 번도 없어… 변수 나올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를 무대로 맞붙는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1번지' 종로를 무대로 맞붙는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최대 관심지역으로 서울 종로가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와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의 대결이자 차기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종로에서의 승패 여부는 향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 종로에서의 4·15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9일 경복궁을 가운데 두고 동시에 행보를 이어갔다.

먼저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종로구 왼쪽 지역인 사직동주민센터를 시작으로 사직동 일대를 돌며 재개발 관련 민원을 청취했다. 이 전 총리는 정부의 최대 난제인 부동산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분야 민원 처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앞서 지난 4일 예비후보 등록 하루 만에 첫 현장 일정으로 창신동을 찾기도 했다. '도시재생'을 부각하려는 목적이다. 창신동은 2007년 서울시의 마지막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주민 요청으로 2013년 뉴타운 지정이 해제된 바 있다.

반면 황 대표는 종로구 오른쪽 지역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일대와 성균관대학교, 정독도서관 등을 방문했다. 젊음의 거리에선 공실상가 비율을 살피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위축한 경제 등을 부각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오후에 방문한 성균관대는 황 대표의 모교이며, 1976년까지 경기고등학교였던 정독도서관은 황 대표가 다녔던 학교 건물이다. 종로와의 인연을 강조한 정치적 메시지다.

이들이 지역을 누비며 부각하는 선거 전략의 공통점은 '심판론'이다. 이 전 총리는 '야권심판', 황 대표는 '여권심판'을 부각하고 있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는 전국 어느 지역구보다 정권 심판에 예민한 곳이다. 과거 대선주자와 유력 정치인이 거쳐간 지역구인 이곳에선 나온 대통령만 3명이다. 윤보선·이명박·노무현 전 의원에게 대권을 쥐어줬다. 현재 진보진영과 보수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두 정치거물이 지역구 현안 해결 등에 집중하며 민심 잡기에 나선 이유다.

이 때문에 종로는 당선하면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낙선하면 정치인생이 끝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가령 손학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2008년 종로구에서 낙선한 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의 시간을 가졌고, 2016년 종로 쟁탈전에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실패 후 당내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

특이한 점은 종로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집권여당 출신이 단 한 번도 당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치러진 16대 총선에선 정인봉 한나라당 후보가, 노무현 정부에서 치러진 17·18대 총선에선 박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했다. 보수정권이 들어선 후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선 정세균 후보가 박근혜 정부에서 치러진 20대 총선까지 내리 당선했다.

이번 '대선 전초전'은 총선 이후 정국 국면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로서는 단순히 종로에서 당선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기 힘들다. 상대를 압도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자칫 이기고도 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황 대표 입장에선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 전 총리를 꺾는 이변을 만들 경우 단숨에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이기진 못해도 의외의 선전을 펼친다면 수도권 선거판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고도 이기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