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의 '편의점 위기' 남일 아니다
[기자수첩] 일본의 '편의점 위기' 남일 아니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09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의점 왕국’ 일본에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편의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일본 편의점 시장은 이제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수는 2005년 4만여개에서 2018년 5만5750여개로 지속 증가했으나, 지난해 역성장을 하면서 5만5620개로 줄어들었다. 매출 역시 전년보다 0.3% 감소했고, 매장을 찾는 소비자 수도 1%가량 줄었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일본의 편의점 브랜드들은 점포를 늘려 매출을 성장시키는 ‘규모의 경제’로 관련 산업을 키워 왔다. 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와 인건비 증가, 온라인 채널의 급성장 등의 이유들로 더 이상 규모의 경제만으로 편의점 시장을 키우기에는 그 한계가 온 것이다. 일본의 대형 편의점 브랜드 ‘훼미리마트’의 사와다 다카시 사장은 “편의점 업계는 포화가 됐고, 대량 출점 시대는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의 소비·유통 트렌드는 경우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보다 평균 5~10년 정도 앞선다는 얘기가 있다. 일례로 날로 늘고 있는 1인가구는 이미 일본에서 2000년 중반부터 단신세대(単身世帯)로 불려왔고, 우리의 올리브영·랄라블라와 같은 드럭스토어 채널 역시 일본에서는 2000년 후반부터 급격히 성장해왔다.

국내 편의점 산업 역시 세븐일레븐·훼미리마트(지금의 CU) 등 일본 편의점 브랜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본격 성장해온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의 일본 편의점 산업 위기는 조만간 우리도 충분히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우리는 일본보다 인구수가 적고, 시장규모도 크지 않다. 때문에 이러한 위기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편의점 업계는 여전히 매장 수에 집착하며 경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말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이례적으로 매장 수에서 경쟁사인 BGF리테일의 CU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물론 17년 만에 매장 수 1위를 기록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충분히 그 의미를 둘 수 있겠으나, 매장 수는 매월 변동사항이 커 계약단위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타 브랜드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매장 수 1위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내심 부러워하는 눈치다.

더욱이 올해에는 편의점 본사와 5년간의 가맹계약을 종료하는 매장만 전국에 3000여개에 이른다. 자율규약에 따른 출점제한으로 새로 매장을 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브랜드들은 서로 더욱 치열하게 매장을 ‘뺏고 뺏기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매장 수’에 여전히 집착하는 지금의 편의점 업계를 볼 때 우려스럽긴 하다. 일본의 편의점 산업 위기는 조만간 우리에게도 분명 찾아올 것이다. 지속가능한 편의점 산업을 위해서 ‘규모의 경제’라는 낡은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 곧 다가올 수 있는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