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심리 종결되자 보복인사 단행
트럼프 탄핵 심리 종결되자 보복인사 단행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02.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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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들런드 대사·빈드먼 중령 백악관서 쫓겨나
(사진=워싱턴 AP 연합뉴스)
(사진=워싱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상원에서 종결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보복이 시작됐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심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고든 손들런드 주(駐)유럽연합(EU) 미국대사,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그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를 현직에서 몰아냈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빈드먼 중령은 국방부로 재배치 될 전망이다. 빈드먼 중령의 변호사는 “(이날 백악관이 빈드먼 중령을 백악관에서 내보냈다고 전하며) 모든 미국인들의 마음에 빈드먼 중령의 업무가 왜 끝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을 것이다. 그는 진실을 전했다가 나가라는 요구를 받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빈드먼 중령은 2018년 7월부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돼 근무를 해왔다. 그는 미국 하원의 탄핵심리와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꼽혀왔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 전문가로서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 오고 간 청탁 관련 전화를 직접 배석해 들은 당국자 중 한 사람으로 처음으로 하원에서 이루어진 탄핵심리에서 증언자로 나선 바 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하며 국가안보회의 법률팀에 이러한 생각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빈드먼 중령을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시기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빈드먼 중령에게 통보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빈드먼 역시 이미 국가안보회의 고위 당국자들에게 조기에 파견을 종료할 뜻을 전달했으며 이달 말까지는 국가안보회의와 관련한 자리에서 손을 떼고 싶다는 싶다는 뜻을 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빈드먼 중령을 그보다 더 빨리 내보내는 쪽을 선택했다. 

이날 빈드먼 중령의 거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빈드먼 중령)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하며 보복성 인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빈드먼 중령의 쌍둥이 형제 또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던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형제 예브게니도 이날 함께 백악관에서 내보냈다. 예브게니는 다음주 초 육군에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어느 부서로 배치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특히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빈드먼 중령에 대한 보복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공언과는 달리 하원 탄핵 심리 증언과 상관없는 쌍둥이 형제까지 백악관에서 쫓겨난 것이다. 

한편, 탄핵조사 및 청문회의 또다른 핵심 증인으로 손꼽혀 온 손들런드 대사는 이날 본국으로 소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언론에 전했다.

손들런드 대사는 뉴욕타임스에 보낸 진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EU 주재 미국 대사직에서 나를 즉시 소환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손들런드는 오레곤주의 호텔 사업가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냈고 2018년 7월 EU 주재 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대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을 지원해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손들런드 대사는 지난해 11월 하원 탄핵심리 청문회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부자 수사 요구와 군사 원조 사이에 대가성이 성립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청문회 증언 당시 “다가오는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외국 정부에 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빈드먼 중령의 국가안보회의 파견과 손들런드의 대사직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인사로 인해 강제로 중단되면서 사실상 탄핵심리 과정에서 양심을 걸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한 인사들이 연이어 쫓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증인은 탄핵심판이 기각되기 직전 자진해서 사임 형식을 빌어 백악관을 나갔다.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 및 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으로 국무부에 소속된 제니퍼 윌리엄스는 지난 3일 펜스 부통령의 승인을 받아 파견 기간이 남았음에도 스스로 백악관을 나갔다. 

볼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미군 중부사령부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 탄핵 청문회 당시 윌리엄스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에서 국내정치 문제가 다뤄져 이레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무죄로 종결되면서 민주당의 탄핵 시도를 연일 비판하며 이를 대통령 재선을 위한 지지층 결집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daisylee19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