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만 나도 "혹시?"…일상 흔든 '신종코로나 공포'
기침만 나도 "혹시?"…일상 흔든 '신종코로나 공포'
  • 박선하 기자
  • 승인 2020.02.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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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회사원 박모(29)씨는 요즘 콧물이 나고 열도 좀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평소라면 단순한 감기로 치부했을 증상이지만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당장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의료기관에서 감염병이 더 쉽게 퍼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찝찝함에 망설이고만 있다.

최근 국내의 신종코로나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박씨처럼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3차 감염'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근래 중국을 비롯한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내국인들까지도 "나도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은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서울시가 실시한 신종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매우 불안하다"고 답했다.

건강 문제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임산부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최근 '임산부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글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모두가 불안한 시국이라 특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혼자만의 몸이 아닌 임산부들은 공포가 배(倍)"라며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감염 불안은 국민의 일상까지 흔들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로 일상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0.2%에 그쳤다.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방콕'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이다. 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감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외출을 줄이고 있다.

이에 극장이나 마트 등 사람이 많은 곳의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온라인쇼핑이나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틀(1~2일) 동안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 수는 총 82만3685명이었다.

설 연휴였던 직전 주 주말(1월 25~26일) 관객 수인 272만8692명보다는 3배 이상, 그 전주 주말(18~19일)의 119만9344명보다는 37만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여행이나 관광을 떠나는 사람도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감염 사태가 장기전으로 가면 메르스 사태 때처럼 2개월 정도 관련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충남경제 이슈보고서'는 신종코로나가 지역 사회에 전파돼 장기화하면 메르스 사태와 같이 국내 여행객이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종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막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 28건에 대해 내사 및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날에는 온라인상의 허위조작정보 2건의 최초·중간유포자 3명을 입건하고, 이 중 1명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 가능성에도 총력 대응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감염병 확산 위험이 커짐에 따라 현재의 방역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지자체의 대응 체계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