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실적 악화에도 오너家 배당금 '두둑'
이마트, 실적 악화에도 오너家 배당금 '두둑'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0.02.0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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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영업익 67% 감소…삐에로쑈핑 사업철수, 부츠 구조조정
이명희 회장 배당금 101억6000만원, 정용진 부회장 57억6000만원
참여연대 "경영책임 차원에서 배당금 조정 등 철저한 검증 필요"
지난해 이마트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반해, 오너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되레 늘었다.(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이마트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 반해, 오너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되레 늘었다.(사진=신아일보DB)

이마트 오너가(家)의 책임경영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가량 급감했지만, 오너가가 가져갈 배당금은 같은 기간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은 잡화 할인매장 ‘삐에로쑈핑’의 사업철수, 프리미엄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부츠’의 잇단 폐점 등 ‘정용진표 전문점’의 부진에도 58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이를 두고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이익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적자에 이어, 2019년 전체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마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18조1680억원의 매출액과 1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잠정)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2018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0.7% 증가한 데 반해, 영업이익은 67.4%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5849억원에서 2018년 4628억원(전년 대비 20.9% 감소), 2019년 1507억원 등 최근 3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2019년 2분기엔 영업손실 299억원로, 신세계로부터 분리된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기존 할인점의 신장률이 –3.4% 등 부진했고, 온라인사업 경쟁 격화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용진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해 기획 단계부터 진두지휘했던 사업들이 발목을 잡은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삐에로쑈핑은 정 부회장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전문점으로, 2018년 6월 1호점(스타필드 코엑스몰점) 오픈 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후 이마트는 같은 해 5개점을 잇따라 오픈하는 등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했지만, 이마트는 사업 시작 단 1년반 만인 2019년 12월, 삐에로쑈핑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삐에로쑈핑을 비롯한 전문점 사업 적자 규모가 연간 900억원가량에 달해 수익성 제고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의왕점과 논현점, 12월 명동점의 문을 닫았다.

부츠도 정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사업초반 관심을 모았지만, 부츠는 다른 H&B스토어와 비교해 콘텐츠와 가격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지 못해 결국 비효율 점포 구조개편 차원에서의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에만 18개의 부츠 점포를 폐점했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는 배당금을 지난해와 같은 1주당 2000원으로 유지했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과 대비되는 결정이다.

특히,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보유지분이 2018년 결산 당시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마트 전체 주식 중 18.22%에 해당하는 508만94주를 보유한 데 따라 101억6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2019년 3월29일부터 2019년 4월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총 14만주를 추가 확보, 보유지분이 기존 274만399주(9.83%)에서 288만399주(10.33%)로 늘었다. 이로써 정용진 부회장에 챙길 수 있는 배당금 역시 54억8000만원에서 57억6000만원으로 약 3억원 더해졌다.

이에 대해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특별한 대책이나 영업전략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삐에로쑈핑이 철수하는 등 사업이 잘 안 되는 가운데, 총수일가가 엄청난 배당을 받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영업이익이 떨어지면 그에 따른 경영책임 차원에서 배당금 배분을 조정하는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주총에서 지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면 (영업실적에 대해) 검증이 가능한 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