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여긴 내 자리” 눈물로 끝난 노약자석 쟁탈전
[e-런저런] “여긴 내 자리” 눈물로 끝난 노약자석 쟁탈전
  • 신아일보
  • 승인 2020.02.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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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지하철 노약자석 한 자리를 두고 두 남성 노인이 실랑이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둘은 서로 “내가 이곳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동안 지하철 내를 소란스럽게 했고, 그 소란은 한 사람이 울부짖으며 신분을 밝힌 후에야 끝이 났다. 무슨 일일까.

서울의 한 역에서 지하철을 탄 A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노약자석 하나가 빈 것을 발견하고 자리에 앉았다. 서너 정거장 지나자 노인 B씨가 A씨와 같은 지하철에 타게 됐고 자리에 앉으려 A씨가 앉아있는 노약자석으로 향했다.

앉을 자리가 없었던 B씨는 A씨 앞에 서서 자리를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보다 젊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A씨는 “나는 아픈 사람이다”며 자리 양보를 거절했다.

이에 B씨는 “거짓말하지 마라”며 자리 양보를 재차 요구했고 A씨는 또다시 같은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둘의 언쟁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감정이 격해진 B씨는 “대체 어디가 아픈지 증거를 대라”며 한참을 따졌고 급기야 A씨는 안쪽 잠바에서 지갑을 꺼내 어떤 카드를 빼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장애인 증이었다. A씨는 “나 장애인이다. 이제 됐냐. 나한테 왜 그러냐”며 울부짖었다. 서러움과 분노가 섞인 말투였다.

당황한 기력이 역력한 B씨는 서둘러 그를 달랬고 다음 역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데리고 나가 그를 진정시켰다. 노약자석은 노인과 약자 등을 위한 자리지 노인석이 아니다. 따라서 장애를 가진 A씨는 노약자석에 앉을 권리가 있다.

지하철 내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리다툼은 늘 있었기 때문에 이 일화에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이들의 모습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

다만 이와 유사한 시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그 시비 다수가 노약자석 이용 룰(rule)의 모호성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만큼 노약자석 개편과 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나이 따라 목소리가 커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이른바 ‘묻지마 꼰대’ 습관이 횡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이 지하철 일화를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심기 위해 지하철 내 상대를 배려하는 교육 또는 홍보가 적극 이뤄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