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학살과 종로 불출마… 황교안, 이회창 전철 밟을까
공천학살과 종로 불출마… 황교안, 이회창 전철 밟을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2.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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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16대 총선거 개혁공천 단행… 3김 시대 청산
황교안, TK 등 컷오프 강경… 종로 불출마 여부 주목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천학살과 종로 불출마라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전철을 밟을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황 대표의 서울 종로구 출마 여부와 컷오프(공직후보자추천 배제) 등 문제를 논의한다. 황 대표의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지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정치권은 황 대표의 전적과 행보가 이 전 총재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먼저 황 대표와 이 전 총재는 서울 최고 명문 고등학교로 꼽히던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정치인은 또 법조인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냈고, 영남권 인사가 주류인 보수권에서 비영남 출신으로 대표직에 올랐다.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통령 선거 주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 전 총재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개혁공천을 단행하며 보수권에 피바람을 일으켰다. 측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했고, 당내 양대 계파 수장이었던 김윤환·이기택 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했다. 또 자신을 정계에 입문시킨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복심 신상우 전 의원도 공천 명단에서 제외했다. 빈자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새 인물로 채웠다.

윤 전 장관의 과감한 공천 쇄신 제안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처음엔 반대 입장이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숙고한 결정은 당시 한나라당을 국회 의석 전체 273석 중 133석 차지한 '여소야대' 구도로 이끌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대구지역 의원들과 오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훈 의원, 황 대표, 강효상, 정태옥, 김규환, 윤재옥, 주호영, 곽대훈 의원.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대구지역 의원들과 오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상훈 의원, 황 대표, 강효상, 정태옥, 김규환, 윤재옥, 주호영, 곽대훈 의원. (사진=연합뉴스)

황 대표도 당시의 인적쇄신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실제 이번 총선과 관련해 "지역구 국회의원 3분의 1을 컷오프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50%까지 교체하겠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특히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한국당 공관위는 보수 텃밭 TK(대구·경상북도) 지역의 컷오프 비율을 다른 권역보다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는 4일 TK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에 나섰다. 대대적 물갈이를 위한 공관위의 여론조사를 하루 앞둔 날이다.

이날 일부 TK 의원은 컷오프에 대해 황 대표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구 지역 8명과 경북 지역 11명 등 TK 의원 19명 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은 정종섭 의원 한 명이다. 물갈이 비율이 50% 이상이란 것을 고려하면 최소 9명은 교체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직접 TK 현역 달래기에 나섰지만, 입장은 바꾸지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 중론이다.

황 대표와 이 전 총재의 비슷한 행보 또 한 가지는 종로 불출마 여부다.

앞서 이 전 총재는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종로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낙선을 우려해 출마하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선거에서 당선돼 입지를 다졌고, 부산시장 선거 등에 잇달아 도전하면서 대권을 거머쥐기도 했다.

황 대표는 당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했지만, 출마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진검 승부가 모범 답안처럼 거론돼 왔지만, 최근에는 출구 전략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현재 종로에 정치 신인을 공천하는 방안도 점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