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일본 건설업 안전관리 체계의 시사점 
[기고 칼럼] 일본 건설업 안전관리 체계의 시사점 
  • 신아일보
  • 승인 2020.02.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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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1995년 우리나라 건설업 사망자 수는 715명이었으나, 이후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다가 2014년에는 486명을 기록했다. 그 후 493명(2015년), 554명(2016년), 579명(2017년), 570명(2018년)으로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정부도 증가하는 건설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방안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2017년에는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타워크레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에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하는 한편, 지난해 1월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30여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우리와 비슷한 건설업 구조를 가진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2018년 건설시장 규모는 건설투자액 기준 약 60조8000억엔으로, 우리나라의 약 2.5배다. 건설 취업자 수는 우리나라는 약 300만명, 일본은 약 500만명이다. 그러나 2018년 기준 건설업 사망자 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570명인데 반해, 일본은 309명에 불과하다.

일본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에 등장하는 '총괄관리'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하나의 원도급자와 하도급자들뿐만 아니라, 분리발주 등에 따른 또 다른 원도급자와 하도급자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이른바 '혼재작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건설업 안전관리의 큰 약점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현장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만이 현장 전체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런 혼재작업에는 총괄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발주자는 원도급자 가운데 해당 현장에서 총괄관리를 수행할 '특정원도급사업자'를 지명할 것을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특정원도급사업자에게는 건설현장 출입과 관련된 모든 권한이 부여되며,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후생노동성 노동기준감독관을 제외한 모든 이의 출입을 거부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특정원도급사업자의 현장 소장이 거부하는 경우, 국회의원, 공무원, 경찰뿐만 아니라 발주자조차 현장에 진입할 수 없다. 이런 권한과 함께 특정원도급사업자의 현장 소장에게는 해당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의 결과에 대한 형사상의 책임이 부여된다. 간단히 말해 특정원도급사업자의 현장 소장에게 안전에 대한 가장 큰 권한과 최종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특정원도급사업자를 제외한 건설사들에는 건설현장 재해예방활동의 촉진을 위해 산업 재해가 발생해도 노동안전위생법에서 정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에는 별도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민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민사 재판에서 피해 근로자는 각 건설사의 안전관리가 부족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건설사들은 자사의 안전관리는 충분했으나, 사고 원인은 근로자의 실수에 있다는 것을 주장하게 된다. 즉 노동안전위생법과 각종 기준을 만족한 재해예방활동만으로는 피해 근로자와의 민사소송에서 안전관리가 충분했다고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법·기준에서 의무화되지 않은 교육이행과 안전시설 설치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피해 근로자의 과실을 80% 인정한 판례도 있다.

그동안 건설업은 소위 3D 업종으로 표현돼 젊은이들에게 기피 대상이 돼 왔다.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위험한 일은 그 어떤 이유로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구감소 문제와 맞물려 현재 젊은 인력 수급이 절실한 건설업계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법 수준 이상의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개발과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