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조합장 중심 지배구조 개혁 '급물살'
농협중앙회, 조합장 중심 지배구조 개혁 '급물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2.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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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회장 재수 끝 당선…농가소득 안정 등 공약
선출직 전환 이후 수도권 첫 '농협중앙회장' 타이틀
이성희 전 경기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로써 이성희 신임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사진=농협중앙회)
이성희 전 경기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이로써 이성희 신임 조합장을 중심으로 한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혁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사진=농협중앙회)

‘농민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에 이성희(李聖熙, 71세) 전(前) 경기도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성희 신임 회장은 1988년 농협중앙회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수도권 지역 첫 농협중앙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2일 농업계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농협 농가소득 안정과 조합장 중심 지배구조 개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앞서 1월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최다인 10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농협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진행됐다. 전국 1118개 농협 조합장 가운데 지역별로 배분된 292명에 회장까지 포함한 29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회장 투표의 경우, 4월 총선 출마로 사퇴한 김병원 직전회장 대신 허식 부회장(회장직무대행)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농협회장 선거에서는 입후보한 10명의 최종 소견발표가 이어진 후, 바로 1차 투표가 개시됐다. 

1차 투표에서는 기호 1번인 이성희 후보가 82표(득표율 28.0%)를 얻어 1위를 기록했고, 69표(23.5%)를 받은 기호 7번 유남영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1차 투표 결과 과반이 넘지 않으면서, 선거규정에 따라 1위인 이성희 후보와 2위 유남영 후보 간의 결선투표를 시작했다. 

2차 결선투표에서 이성희 후보는 293표 중 177표(60.4%)를 얻어 유남영 후보(116표)를 따돌리고, 제24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이성희 신임 중앙회장은 경기 성남 출신으로 1971년 성남 낙생농협에 입사한 후 상무·전무 등의 임원을 거쳤으며,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낙생농협 조합장을 세 번 연속 역임했다. 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맡았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중앙회 핵심요직으로 꼽히는 감사위원장을 맡는 등 농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이 신임회장은 지난 23대 농협회장 선거에서도 입후보해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수 미달로 2위였던 김병원 직전회장과의 결선투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러나 당시의 선거경험과 인지도를 얻은 것을 발판으로, 4년간 전국 곳곳으로 조직 세(勢)를 확장하고 표밭 관리를 충실하며 24대 농협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신임 회장은 당선 확정 직후 “제가 내세운 공약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한 10명의 후보들의 공약과 조합장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우리 농협이 농민 곁으로 올곧게 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신임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함께하는 농협’이라는 비전 아래 농업인 월급제와 농민수당, 농업인 퇴직금 등 농가소득의 안정된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농협법 개정을 통한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도 핵심공약 중 하나다. 

농협의 지역본부 기능을 조합장이 수행하는 한편, 조합장의 경제지주와 자회사 경영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조합장 중심의 농협 지배구조 개혁도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농협 하나로마트의 다양한 운영모델 개발과 디지털 하나로마트 구축 등 미래사업도 제시했다. 

이 신임 회장은 이번 당선으로 1988년 농협중앙회장이 선출직으로 바뀐 이후 수도권 최초의 농협중앙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동안 선출직 농협회장은 △1대 한호선 회장(강원) △2대 원철희 회장(충남) △3대 정대근 회장(경남) △4대 최원병 회장(경북) △5대 김병원 회장(전남)으로, 수도권 출신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표결과를 두고 최원병 전 회장(21~22대)과 김병원 직전회장(23대) 간의 세력싸움에서 최 전 회장이 승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성희 신임 회장의 경우 최원병 전 회장의 최측근, 유남영 후보는 김병원 직전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3대 선거 당시 이성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투표에서 ‘반(反) 최원병’ 표들이 2위였던 김병원 후보에게 쏠리면서 역전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결국 농협 회장에 당선됐다.   

농업계 한 관계자는 “김병원 직전회장이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며 “김 직전회장이 4월 총선 준비 때문에 유남영 후보의 지원사격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으로, 임기는 4년 단임제다. 이성희 신임 회장은 당선 직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수령했다. 당선증을 받으면 농협회장 임기는 바로 시작된다. 

농협중앙회는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자산규모만 400조원이 넘는 거대조직이다. 이러한 농협의 얼굴인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함께 예산권·감사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농협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더욱이 전국의 농·축협 조합원 수만 210만명(2019년 말 기준)에 달해, 농협중앙회장을 ‘농민대통령’으로 부르기도 한다.

parkse@shinailbo.co.kr